
제주에서 어머니의 동거남이었던 용의자에게 살해된 10대 중학생이 생전 상습적인 학대를 당해온 정황이 파악됐다. 이웃 주민과 A(16)군 친구들은 용의자 B씨가 수시로 A군 모자를 찾아와 폭행하는 등 행패 부렸다고 진술했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숨진 A군과 초·중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한 중학생은 “A가 살해당하기 전까지 사실상 새 아버지였던 B씨에게 온갖 학대를 당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부터 용의자가 ‘엄마가 우는 건 다 네 탓이다’, ‘쓸모없는 XX’ 등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다치게 하고,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를 들고 집에 찾아와 협박했다고 한다.
A군과 두 살 터울의 동네 동생이라는 또 다른 학생은 “그 아저씨(B씨)가 술만 마시면 A 형과 A 형 어머니를 때리면서 행패 부린다고 들었다”면서 “이런 살인사건이 벌어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제 A 형을 못 본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 80대 주민은 A군에 대해 “예쁘게 웃고 인사성도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며 “하늘에서 할머니도 울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A군의 할머니는 5년 전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일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51분쯤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A(16)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당시 A군 혼자 집에 있었으며, 사건 이후 숨져있는 A군을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군 시신에서 타살 흔적을 발견하고,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40대 남성 2명이 집에 드나든 것을 확인, 이날 새벽 이 중 1명을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주범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B씨는 지인과 범행 직후 차량을 이용해 도주하다가 중간에 내렸다. 현재 경찰은 B씨를 추적 중이다.
B씨는 피해자 어머니의 옛 동거남으로, 최근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B씨로부터 위협을 받은 A군 어머니는 경찰에 신변요청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당 주택에 CCTV 2대를 설치하고 일대 순찰을 강화했지만, 사건은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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