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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포세이돈… 역사와 신화 속으로 [박윤정의 칼리메라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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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5 07:00:00 수정 : 2021-07-21 19: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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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아테네

섬 여행후 다시 아테네로… 파르테논 신전 반겨
고고학 박물관, 그리스 대표 유적들 한자리에
아가멤논 가면·조각상 등 정교한 유물에 놀라
저녁엔 2000년전 세워진 극장에서 오페라 관람
박물관 유적. 박물관 중앙으로 곧장 이어져 첫 번째 만나는 곳에서 미케네 유적에서 나온 아가멤논의 황금 가면이 있다. 좌측으로 여러 전시실을 지나면 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인 ‘아르테미시온의 포세이돈’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다.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공간에는 그리스 최대 규모답게 방대한 유물을 자랑하다.
크루즈 선상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입항하는 항구는 아테네 서쪽에 위치한 피레우스 항구이다. 태양은 서서히 떠올라 아테네를 빛으로 가득 채우고 느지막이 항구에 이르렀다. 햇살이 스며든 크루즈는 분주하다. 새벽녘부터 선실 앞에 내어놓은 승객들 짐을 내리느라 오가는 스태프들과 그동안 정을 나눈 승객들이 서로 인사하느라 복도와 계단이 시끌벅적하다.

 

크루즈 하선 준비는 마지막 밤에 이루어진다. 지난밤, 하선 안내서와 크루즈 일정 동안 사용한 결제 내역서가 도착해 있었다. 아마도 저녁식사로 선실을 비운 사이 책상에 놓아 두었나 보다. 마지막 정리를 위한 중요한 정보들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읽어보고 결제 내역서를 확인하니 여정이 끝나감을 실감한다. 결제 내역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처음 승선할 때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되겠지. 하선 후 찾을 큰 짐가방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지난 시간 함께한 이웃 객실 승객들과 인사하며 트랩을 내려온다. 혹여 넘어질까 손을 건네는 스태프들의 따스한 온기에 감사함을 전하며 묻어 나는 아쉬움을 파도에 흘려보낸다.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신화의 시대에서부터 로마 지배 시기를 아우르는 수천년 유적을 품고 있다. 박물관 건물은 관공서처럼 권위와 웅장함을 뿜어내며 우뚝 자리한다. 각이 살아 있는 건물 중앙 입구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수많은 기둥이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처음 출발했던 피레우스 항구로 돌아와 또 다른 아테네 일정을 시작한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서니 언제나 그렇듯 아크로폴리스 위 파르테논신전이 반긴다. 낯익은 공기 내음과 주위 풍경이 편안하다. 여행지임에도 크루즈 타기 전, 며칠 동안 아테네에 머문 시간들이 친숙해서인지 피부에 닿는 온도도 포근하다. 머물 숙소는 아크로폴리스 언덕 바로 아래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아테네 상징인 아크로폴리스를 눈에 가득 담고 싶은 욕심이다. 막바지 여정의 아쉬움을 달래며 버스에 오른다. 반겨주던 아크로폴리스로 향하기 전, 박물관에 들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둘러본 그리스 문명을 뜨거운 태양 아래 역사의 현장이 아닌 박물관에서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싶었다.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the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Athens)으로 그리스 역사를 대표하는 유적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선사시대부터 비잔틴 시대까지, 신화 시대에서부터 로마 지배 시기를 아우른다. 박물관 건물은 관공서처럼 권위와 웅장함을 뿜어내며 우뚝 자리한다. 각이 살아 있는 건물 중앙 입구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수많은 기둥이 간격을 두고 서 있다. 1829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처음 지어진 박물관은 1874년 지금 위치로 옮겨왔다고 한다. 그 후, 1889년부터 대중에 개방되었단다. 입구로 들어서면 소지품 검사가 시작된다. 작은 서류 가방도 들고 입장할 수 없을 만큼 주위 깊게 살펴본다. 작품이 워낙 많아 작품 사이로 지나치며 본인들도 모르게 가방으로 파손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러기에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미 너무 많은 유물들을 과거 지배자들한테 빼앗겼던 아픈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듯, 유물을 지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결국, 스마트폰 하나만을 소지품으로 챙겨 들고 내부에 들어선다.

포세이돈 동상

박물관 중앙에서 곧장 이어진 첫 번째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유물은 미케네 유적에서 나온 황금 가면들이다. 이들 중 하나가 아가멤논의 황금 가면이라고 한다. 미케네가 트로이를 물리치고 가장 강성했을 때 통치하던 황제, 아가멤논! 그의 황금 가면인지 확정 지을 수 없다고 하지만 모두들 그렇게 믿고 싶은 듯하다. 역사와 신화 속 인물들을 현존하는 유물에서 흔적을 찾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고 매력적이다.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다른 전시실을 둘러보며 좌측을 따라 이동한다. 수많은 조각 작품들을 둘러보며 발걸음을 옮기니 익숙한 조각상 하나가 반긴다. ‘내가 주인공이다’ 싶은 포즈로 전시실 중앙에 서 있다. 황금 가면과 함께 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인 ‘아르테미시온의 포세이돈’이다. 아테네 동북부 아르테미시오 바다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지역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한다. 삼지창을 들고 있지 않아서 포세이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도 있다. 번개를 들고 있으면 제우스라 불렸겠지만 삼지창이 없더라도 포세이돈이라 추정한다는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조각상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사진 찍기를 권유하는 가이드 말에 따라 바다의 신 앞에서 주춤거리자 안내원이 ‘노 포즈’라고 이야기를 건넨다. 무슨 뜻인지 몰라 가이드에게 물으니 조각상의 자세를 따라 사진 찍지 말라는 얘기란다. 신에 대한 예의를 갖춰 달라는 뜻인가 보다. ‘노 플래시’보다 강한 어조로 들리는 ‘노 포즈’라는 안내원들의 주의에, 주춤거리며 사진을 찍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1층을 헤매다 지친 기력은 2층 계단을 오르기를 주저한다. 시원하고 편하게 관람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리스의 유적 여행은 실내에서도 녹록지 않다. 지하 카페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간다.

아크로폴리스 입구 아래 자리한 2000여 년 전 세워진 극장 ‘헤로데스 아티쿠스 오데온’에서 오페라를 감상한다. 5000석에 이르는 객석을 둔 오래된 극장에는 현대에도 여전히 클래식 연주나 오페라, 연극, 팝뮤직 등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유적 하나하나를 다 살펴본 것도 아닌데 몇 시간이 지났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이 발목을 잡는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이 시간, 하루를 보내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호텔로 들어가 햇살이 한풀 꺾이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늦은 저녁 아크로폴리스 입구 아래 자리한 ‘헤로데스 아티쿠스 오데온’에서는 오페라 오프닝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2000여년 전 세워진 극장에서 5000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빈센초 벨리니의 ‘노르마’를 기다린다. 하늘이 청푸름으로 짙어지자 화려한 무대 조명과 함께 막이 오른다. 역사를 품고 있는 극장은 그날을 다시 되살리는 듯 웅장한 소리를 전한다. 어느덧 오페라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2000년 전으로 다시 여행을 떠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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