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 문건 등 놓고 법정 공방
“채널 A사건, 인권부에 조사 맡겨”
이정현 대검부장은 수사방해 주장

“총장이 정말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무원으로서 (도리를) 했는가 봤을 때 총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을 징계할 당시 사유 중 하나로 든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과 관련한 증언 과정에서다.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검사로 꼽히는 심 지검장은 이날 5시간에 가까운 증인 신문을 받은 뒤 “한 말씀만 간단히 하겠다”며 작심한 듯 “징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 훼손이라고 봤다”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앞서 추 전 장관 시절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이유로 윤 전 총장의 징계(정직 2개월)를 결정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냈고 약 7개월 만에 열린 이날 재판에서 윤 전 총장 대리인들은 심 지검장을 상대로 재판부 사찰 문건으로 지목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에 관해 캐물었다. 해당 문건은 ‘조국·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등 주요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 판사 37명의 출신학교·주요 판결·세평 등을 담아 사찰 논란이 일었다.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한 심 지검장은 이 문건이 공판 검사들에게 배포되는 것이 부적절해 반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은 이 문건을 공판 검사들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공판 검사가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니어서 보낼 수도 없다고 진술했다”며 “증인 진술과 다른데 어떤 게 맞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심 지검장은 “문건을 저희(반부패강력부)에게 보내고 공판 검사에게도 전달한다고 들어서 ‘공판 검사에게 전달했는지 빨리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며 “공판 검사에게 배포된다고 보고받지 않았다면 뭐하러 배포됐는지 확인해보라고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역시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이날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관련 증인으로 나와 윤 전 총장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최근 1심에서 무죄가 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수사가 이뤄진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재직하며 수사를 지휘했다. 이 부장은 “(검찰 고위간부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특정 방송사(채널A)의 기자랑 유착했다는 (MBC)보도였는데 (윤 전 총장이 대검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한 게 이해가 안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MBC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면서 총장 워딩으로 언론을 통해 우리를(수사팀을) 공격했는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며 윤 전 총장의 수사 방해를 주장했다. 당시 채널A와 달리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수사팀이 고의로 영장을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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