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이해 접근 여전히 미흡”
日 소마 공사 망언 결정적 계기
日 “유감” 불구 경질 즉답 피해
文 임기 내 관계개선 물 건너가

한·일 양국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해온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0여개월 남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임기 내 한·일 관계 정상화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와 같이 결정했다”며 방일 무산 배경을 설명했다.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다.
양국은 그동안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한국과 일본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연장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한국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 현안에서 성과가 있는 회담을 요구해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 정상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15분 회동’을 고수하는 등 양국 간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졌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과 관련해 “외교적 협의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양국 현안을 전반적으로 협의했고,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 복원이었으나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의 요구를 일본이 수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반일 정서가 고조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JTBC와 오찬 회동에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 성적인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마 공사 망언에 대해서는 “외교관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며 유감”이라고 평했다.
NHK 방송 등 일본 매체는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 소식을 즉각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한·일 관계에 대해 “냉각된 모습이 한층 선명하게 됐다”고 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악화한 한·일 관계의 정체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소마 공사 경질 여부에 대해 “재외 공관 직원 인사는 외무상이 근무지의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고 계속 이런 생각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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