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인내심 통해 일궈내”
위상 달라져… 전담 수행 받기도
“커리어 정점 섰지만 이제 시작”

1669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파리오페라발레단(POB). 오랜 전통만큼 단원 운영도 엄격하다. 카드릴(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급)→프르미에 당쇠르(제1무용수)의 엄격한 승급제도 아래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 하며 극소수만이 ‘에투알(수석무용수)’의 영예를 차지한다.
POB 352년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출신 에투알이 된 박세은(사진)은 19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력서상으로는 최고에 도달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커리어로는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갔다. 그런데 보여줘야 할 춤이 아직도 너무 많다고 관객이 보셔야 할 춤도 너무 많아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에투알은 그 상징성만큼이나 받는 대우도 특별하다. 에투알 승급 이후 박세은은 전용 탈의실이 생겼고 공연 때는 전담 수행 서비스도 받는다. 더 큰 변화는 자신의 예술을 발레단에서 구현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역시 에투알 출신인 오렐리 뒤퐁 POB 예술감독이 승급 직후 만난 박세은에게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어떤 파트너·안무가와 일하고 싶은지 물어봤을 정도다. “휴가 중에도 감독님에게 메일이 왔는데 ‘OO작품을 너에게 주고 싶은데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저의 의견을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에투알 되고 가장 크게 바뀐 점 중 하나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시작한 발레 인생의 정점에 오른 박세은은 ‘에투알’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간절함’과 ‘인내심’을 꼽았다. “승급 발표에 동료들, 선생님들, 그리고 무대 스태프도 큰 박수를 보내주며 함께 기뻐해 줬는데 단순히 제가 실력이 뛰어나거나 춤을 잘 춰서가 아니었어요. 사실 한국 발레는 러시아 바가노바 메소드(교습법)를 기본으로 하는데 저는 거기서 정상까지 갔다가 POB에서 프랑스 춤을 바닥부터 새로 배워야 했습니다. 프랑스가 자신들 춤에 자부심이 굉장히 센데 처음부터 프랑스 춤을 다시 배우는 데 10여년이 걸렸어요. 그것에 대해서 박수를 많이 보내준 것 같습니다.”
후배 무용수를 위한 조언을 묻자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예술이라는 게 자기와의 싸움이거든요.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본인이 힘들어요. 그런 경우라면 조금 더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하고 예술을 해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