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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용의혹 ‘진행형’ 역력한데도… 영장신청 잇따라 ‘퇴짜’ [LG 취업청탁 리스트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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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0 06:00:00 수정 : 2021-07-20 19: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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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추가수사 왜 못 했나

법원 2년치 자료 한정해 영장 발부
경찰 압수수색서 추가 리스트 확보

증거력 위해 사후영장 신청했지만
이번엔 檢서 적법절차 강조해 반려

LG 클라우드 이용 자료 자동 삭제
결국 실체적 진실 밝힐 수 없게 돼
지난해 5월 15일 서울 중구 LG전자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경찰청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차로 옮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LG전자 신입사원 채용 청탁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LG그룹 계열사 최고인사책임자(CHO) 박모 전무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검찰의 약식기소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채 벌금 고지서를 발부하는 것으로 처리될 뻔했다. 하지만 판사가 직권으로 정식 재판으로 전환했다. 이날 기일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 간에 오간 문답은 다른 재판과는 사뭇 달랐다.

 

판사: 검찰 입증계획은 뭔가?
검사: 피고가 사실관계 전부 동의하고 있어, 필요 시 변론 제출하겠다.
판사: 결심에 이견 없나?
변호사: 없다.
판사: 구형은?
검사: 종전구형 유지한다. 구약식(약식명령 청구).


법조계 한 인사는 “죄의 경중을 다퉈야 할 피고인과 변호인이 검찰 공소사실 일체를 인정하는 희한한 재판”이라고 촌평했다. 검찰 판단 배경에 의구심을 품은 듯한 재판장은 “불기소 경우와 (기소된) 피고인들의 차이가 뭔지 참고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경찰이 LG전자 한국영업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1년여에 걸쳐 수사해 당초 12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짐작됐다. 검찰은 이 중 4명을 불기소하고 8명에 대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법조계 인사는 “판사는 통상 기소된 사실만을 따지는데, 불기소한 경우를 언급하고 그 이유를 요구한 것은 이 사건 검찰에 대한 의구심을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서로 다툼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 흐름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판장은 지난 달 한 차례 기일을 가진 데 이어 오는 22일 선고한다고 밝혔다.

LG전자에서 부정 채용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해 5월 15일 서울 중구 LG전자 영업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 수사는 작년 5월 압수수색이 분수령이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 넉 달 넘게 내사해 검찰과 법원을 설득했다. 다만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범위가 ‘반쪽’이었다. 수사시점(2020년)을 기준으로 업무방해죄 공소시효(7년)를 뺀 2013년부터 2년치로 제한됐다. 전체 기간을 요구했던 검·경은 “LG가 범행을 하다 중단할 이유가 뭐냐”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후 기간) 범죄 개연성은 입증이 부족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산삼 군락’ 같은 증거 뭉치를 확보했다. LG는 사무 환경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사무실에서 별도 저장매체 사용을 제한했다. 하지만 한국영업본부 인사팀에서 외장하드가 발견됐다. 업무 편의상 활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안에서는 LG전자 본사에서 수립·하달한 ‘채용 청탁 프로세스 개선 건’, ‘관리대상(GD) 리스트’, 절차별 조작 자료 등이 쏟아졌다.

문제는 GD 리스트였다. GD는 LG전자 본사가 사업본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채용을 결정한 청탁 입사자들이다. 파일에는 신상 정보, 원청자(최초 청탁자), 이들 관계 등이 담겼다. GD 리스트는 ‘죽 이어진’ 하나의 엑셀 파일로 2019년치까지 작성됐다. 경찰은 이 파일을 잘라내지 않고 압수했다고 한다. ‘연관된 범죄 정황’인 만큼 사후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력을 확보할 구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막아섰다. 법원이 증거 수집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만큼 절차를 더욱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이유였다. LG는 40명 안팎의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경찰대 출신 변호사 등을 투입, 적법절차 위반을 물고 늘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디지털 매체를 압수할 때 발생하는 이런 논란은 수사기관과 법원,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계속 충돌 중인 이슈”라고 말했다.

고심하던 경찰은 리스트보다도 2015년 이후 범죄 혐의를 입증할 채용 관련 자료가 LG 시스템 내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추가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이후 사무환경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했다”며 “옛날 자료는 외장하드에 남아 있었던 것 같은데 회사 시스템은 정기적으로 삭제하고 있어 남은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2015∼2019년 GD 리스트는 수사 첨부자료로만 검찰청에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선고를 앞두고 있는 사건이라 공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민간기업 취업 청탁 사건 수사의 한계도 드러났다. 우선 사안의 성격과 적용하는 법률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에서 업무방해의 피해자는 LG전자 법인과 면접위원들이다. LG전자는 청탁 수용 ‘조건’과 ‘절차’를 수립하고 수년간 시행한 ‘피의자’이지만 법률상으론 정반대다. 부정채용으로 탈락한 이들도 ‘피해자’여야 상식이지만 실상은 ‘참고인’ 신분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대상인 피의자가 법적으로는 피해자 신분이라 협조를 받기 불가능하고, 피해자가 구제를 요구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를 감시할 언론 입장에서도 취재할 곳이 제한돼 실체적 진실 규명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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