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집값 일부 증여 부모 많아진 듯
경기 98건·인천 36건… 2020년엔 각각 1건·‘0’
서울 아파트 등 외지인 매입 꾸준히 증가

최근 수도권에서 10대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서 1주택자나 다주택자들이 일단 자녀 명의로라도 집을 사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19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대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건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10대가 서울에서 보증금 승계 및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모두 69건이다. 전년 동기 7건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최근 패닉바잉(공황매수) 열풍으로 수도권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일찌감치 자녀에게 집값 일부를 증여해 주면서 갭투자로 집을 마련하게 한 부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녀 이름을 빌린 투기 수요도 포함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각종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높이면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자녀 명의로 주택을 구매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10대 갭투자 건수는 1월 12건, 2월 11건을 기록했다가 정부의 2·4 대책 발표하고 나서 3월에는 7건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4월과 5월에는 각각 18건, 21건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에서는 10대 갭투자 69건 중 61건(88.4%)이 비아파트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집값 자체가 비싼 데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력한 탓에 아파트 대신 빌라 등으로 갭투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올해 1~5월 10대 갭투자는 98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5월에 단 1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0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인천에서도 지난해 1∼5월에는 10대 갭투자가 1건도 없었는데, 올해는 36건이 확인됐다.
지방 광역시에서는 부산과 대구 등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10대 갭투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5월 부산에서 10대의 갭투자는 22건으로 아파트는 13건, 비아파트는 9건이었다. 대구의 경우 10대 갭투자는 아파트 12건, 비아파트 2건 등 1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외지인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매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날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법원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상가 등) 매수자의 주소지가 서울인 경우는 74.7%로 나타났다. 9년 전 83.0%와 비교하면 8.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반면 경기·인천 거주자는 15.9%로 9년 전(11.3%)과 비교해 4.6%포인트 증가했고, 지방 거주자는 9.4%로 3.7%포인트 늘어났다.
직방 관계자는 “매수자 주소지 등과 관련한 정보가 공개된 최근 9년간 서울 거주자의 서울 집합건물 매입 비중은 꾸준히 줄어든 반면, 외지 투자 수요가 서울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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