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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경찰의 추적 공조, 누락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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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9 23:22:41 수정 : 2021-07-19 23: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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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네요. 사건 이후에도 그 남자가 한참 동안 지하철 같은 칸에 그대로 타고 있는 걸 봤는데 잡지 못했다니 놀랍습니다….”

지난 2일 밤 승객들로 가득 찬 경의중앙선 전철 안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소변을 본 사건을 처음 경찰에 신고했던 사람의 반응이다.

박지원 사회부 기자

신고자를 비롯해 당시 해당 남성과 함께 전철에 탔던 승객들은 충격을 받거나 불쾌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신고 사흘 뒤인 5일까지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소식에 신고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남성이 소변을 본 전철 안에 한동안 타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 남성이 달아나거나 저항한 것도 아닌데 경찰이 빨리 붙잡지 못한 이유는 명확했다. 지하철 운행 구간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관할 경찰서가 달라져 경찰서 간 공조를 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신고를 처음 접수한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일산동부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통보가 누락됐는데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돼 상황실에서도 모니터링이 미흡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여러 신고가 몰려 바쁜 상황에서 직원들이 해당 사건은 사소한 문제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사건 초기정보를 갈무리해 철도사법경찰단에 이첩했다.

신고 초기의 보고 누락은 결과적으로 쉽게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경찰서 간 공조만 잘 됐어도 금방 잡을 수 있었을 용의자를 한참 지난 14일에야 붙잡았다. ‘통보 누락’ 실수로 많은 행정력과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이처럼 사소한 실책이 쌓이면 경찰을 향한 불신을 강화할 수도 있다. 경찰이 국민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만 봐도 경찰이 과학 수사 기법 등 수사력을 총동원해 수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믿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았다.

‘지하철 방뇨 사건’을 사소한 경범죄로 여겨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경악스러운 장면을 목격한 시민 중에는 심리적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공공질서를 해치는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유야무야 처리된다면 앞으로 누가 신고정신을 발휘하겠는가.

지난해 10월 김창룡 경찰청장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범죄 피해가 국민 개개인에게는 심각한 일인데 경찰관에겐 일상적인 일이라 인식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인식차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 중”이라며 “내 가족의 일처럼 진정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찰활동을 하다 보면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경찰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경미한 사건으로 판단해 용의자를 놓친 뒤 실수였다고 변명하는 일이 반복되는 한 김 청장의 바람은 바람에 그칠 공산이 크다.

크든 작든 눈에 보이는 치안망의 구멍은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다. 더욱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세지며 수사력과 신뢰도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사건의 경중을 떠나 ‘단순한 실수’로 경찰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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