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사망자 세계 1위’ 인도네시아는 고심

유럽의 영국과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는 요즘 세계에서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의 직격탄을 맞아 최근 거의 매일 4만∼5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19일(현지시간)부터 마스크 착용 등 기존 방역조치를 거의 대부분 해제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봉쇄를 뜻하는 비상조치 연장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두 국가의 희비가 엇갈리게 만든 것은 바로 코로나19 일일 사망자 수다.
◆확진자 많지만 사망자 적은 영국의 ‘자신감’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무려 4만816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이마저 17일 5만4486명, 16일 5만1448명에 비하면 조금 줄어든 숫자다. 같은 날 인도네시아도 확진자가 4만4721명 추가되며 영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17일 5만1952명, 16일 5만4000명, 15일 5만6757명, 14일 5만4517명 등 줄곧 5만명을 상회하던 것에서 약간 감소하긴 했다.
이렇듯 가공할 델타 변이 확산 앞에서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두 나라가 저마다 내놓은 처방전은 전혀 다르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오래 전에 공언한 대로 이날 0시를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모두 해제했다. 나이트클럽을 포함한 실내 업소에서 정상 영업이 가능해졌고 마스크 착용 의무, 재택 근무, 실내외 모임 인원 제한 등도 사라졌다.
야당과 언론, 의료계 등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오지만 영국 정부는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존슨 총리가 여러 차례 공언 했다시피 백신 접종 속도전의 효력을 믿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국민 90%가량이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상태다.
이후 하루 사망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날도 일일 신규 확진자가 4만8000여명이나 나온 것과 대조적으로 사망자 수는 25명에 그쳤다. “확진자가 늘어나도 백신 접종 덕분에 사망자 수는 전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다. 존슨 총리는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 세계를 향해 큰소리를 쳤다.

◆‘일일 사망자 세계 1위’ 인도네시아는 고심
인도네시아의 사정은 영국과 완전히 딴판이다.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사망자도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하루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2일 891 △13일 864명 △14일 991명 △15일 982명 등 800∼900명대를 나타내더니 16일 급기야 1205명을 기록했다. 이후 17일 1092명, 18일 1093명으로 계속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망자 숫자는 ‘코로나 지옥’으로 불리는 브라질보다 더 많은 것으로 가히 “끔찍한 수준”이라고 부를 만하다.
인도네시아도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긴 했다. 하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까지 주로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맞았다. 시노백, 시노팜 등 중국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허가를 얻긴 했으나 코로나19 예방효과가 화이자, 모더나 등 미국 백신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인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한다는 정부 정책 때문에 인도네시아도 많은 의사들이 중국산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시노백 접종을 완료한 의료진의 코로나 감염과 사망이 잇따르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노백 접종 완료자들한테 모더나 백신으로 부스터샷(3차 추가 접종)을 실시키로 한 상태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감당하다 못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과 유명 관광지 발리섬 등에 내린 봉쇄령, 일명 ‘비상 사회활동 제한조치’를 얼마 동안 더 연장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비상조치가 내려진 지역은 필수 업종 외 100% 재택근무와 외식 금지, 쇼핑몰 휴업, 교통량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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