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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상자 발생에도 단순 감기로 생각… 청해부대 집단감염 인재(人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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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9 16:30:00 수정 : 2021-07-19 16: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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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전체 승조원 중 82% 코로나19 감염
지난 2일 최초 유증상자 발생 직후 합참에 보고 안 해
8일 뒤 신속항체검사 실시, 음성 판정에 격리조치 없어
2, 10일 두 차례 PCR 검사·격리조치 않은 게 화근
국방부·합참 판정력 떨어지는 키트 보급도 문제로 지적
유엔에 백신 요청 없었던 점도 안이한 대응으로 꼽혀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의 승조원 82%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해군의 안이한 대응과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의 방역 무지가 빚어낸 총체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청해부대 34진 승조원 301명 중 19일 현재 247명이 확진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최초 유증상자 발생 이후 보름 여만에 전체 승조원 가운데 82%가 감염됐다. 코로나19 잠복기 등을 감안할때 앞으로 승조원 대부분이 확진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함정 내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유례가 없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설마하는 안이한 대응이 ‘화’ 키워

 

국방부와 합참은 지난 16일 청해부대 승조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실이 확인된 뒤 “청해부대 34진은 2월에 출항해 파병 전 예방접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3월 시작된 군 의료진 예방 접종과, 5월 일반 장병 접종 일정에 비춰 2월 8일 출국한 청해부대 34진은 물리적으로 접종 대상이 될 수 없었다며 집단감염의 책임을 피해 가려 한 것이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예방 접종을 했다가 ‘아나필락시스’ 같은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응급처치도 어렵다는 점도 내세웠다. 청해부대 내 30세 미만 장병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화이자 백신을 보관할 초저온 냉동고가 문무대왕함에는 없다는 점도 제시했다.

 

출항전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승조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도 했다.

 

지난 18일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에 주기 되어 있는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이 적재되고 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 전원의 안전후송을 위해 작전명을 오아시스 작전으로 명명하고 이날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해당 지역으로 급파했다. 국방부 제공

하지만 이런 안이한 판단과 대응이 결국 해상에 떠 있는 함정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불러온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해부대는 초기 유증상자가 발생시 단순 감기약 처방으로 때우는가하면, 감별 능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에서 나온 음성 판정 결과만 믿고 추가 방역 조치를 게을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했다. 기항지에서 떠난 첫날인 지난 2일 첫 유증상자가 발생했다.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합참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후 감기로 보이는 환자가 속출하자 부대는 8일 뒤인 지난 10일 승조원 40여 명에 대해 신속항체검사를 실시했고, 모두 음성으로 판정되자 환자들에 대한 별다른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첫 감기 환자 발생 11일 뒤인 지난 13일에서야 인접국 협조아래 유증상자 6명의 샘플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뢰했다. 이틀 후 이들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과 10일 두 차례 PCR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때 PCR 검사를 의뢰하고 즉각적인 격리조치를 했다면 급속한 확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청해부대에 초기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 대신 감염 판정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 키트(800개)를 보급한 국방부와 합참의 처사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엔 도움도 받지 않아

 

청해부대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해상 수송로의 안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유엔에 백신을 요청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군의 안이한 대응 사례로 꼽힌다.

 

파병 직전 백신 접종은 여의치 못했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승조원 안전을 고려해 군이 파병 이후 아프리카 현지에서 예방 접종을 시도 내지 추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함이 국제법상 소속 국가 영토로 간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인 점을 고려하면 유엔과 협조해 기항지 또는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FM)에서 백신을 접종할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강대식 의원은 19일 보도자료에서 “정부가 제출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청해부대)에 따르면 이번 파견은 유엔 안보리 결의 근거로 연합해군사 및 해수부·외교부·국내 해운단체의 요청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며 “우리 청해부대는 유엔에 백신 접종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명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에 주기 되어 있는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을 적재 완료한 후 장병들이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그러면서 그는 “청해부대 34진이 출항 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국내의 앞선 상황 등을 고려해 유엔에 협조를 구하는 등 적극적인 조처를 했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불가했다면 기항지에서 현지인과 접촉해 물자보급을 하는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모든 수단을 강구해 백신 접종을 마무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와 합참은 이번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파병부대 운용에 관한 매뉴얼과 지침에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응 절차 등을 마련하고, 미진한 부분은 손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 “백신 해외 반출이 어렵다며 수수방관하고 유엔 협조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군 지휘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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