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사로는 ‘대선자금 기여’ 하틀리 유력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의 대사 자리가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여성 공신(功臣)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정권 핵심부에 포진한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여성 중용 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주재 미국 대사에 대표적 정치자금 후원자였던 제인 하틀리 전 프랑스 대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하틀리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불 대사로 발탁한 인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바이든 현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명이 현실화하면 하틀리는 미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두 직책인 주영 대사와 주불 대사를 모두 지내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와 관련해 WP는 “주영 대사는 주불 대사와 더불어 미국 대통령이 지명해야 할 가장 명망이 높은 직책”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외교적·군사적·역사적 관계에 비춰 프랑스보다는 영국이 좀 더 중요한 임지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건 하틀리 전 대사의 경력이다. 청년 시절부터 민주당과 인연을 맺어 온 그는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이후 선출직 공무원 자리에 출마해 당선되거나 높은 임명직 공무원에 기용되거나 하진 않았다. 대신 민간 부문으로 옮겨 경제·정치 자문기업의 대표를 지냈다.
2012년 재선에 도전한 오마바 당시 대통령 캠프에서 활약하며 하틀리는 50만달러(약 5억700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모금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10월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로 기용돼 2017년 1월까지 재직했다.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은 지난해 대선 때에도 하틀리는 바이든 캠프의 재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WP는 하틀리에 관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을 치를 때 최상급은 아니지만 중요한 모금자로 활동했다”며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전 초반에 고전할 때에도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틀리가 주영대사로 기용되면 유럽의 핵심인 영국·프랑스·독일 3국의 미국 대사가 모두 여성으로 채워지는 진기록도 수립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주불 대사에 핵심 측근인 데니스 캠벨 바우어 전 벨기에 대사를 지명했다. 바우어는 오랫동안 민주당에서 여성 유권자를 위한 공약 입안과 여성 공직자 후보 발굴, 정치자금 모금 등을 담당해 온 베테랑 정치인이다. 2012년 오바마 재선 캠프에 몸담았고, 지난해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미 언론은 그를 “민주당 대선자금 모금책”이라고 부르며 바이든 대통령 선거운동을 위해 거액의 정치자금 모금을 성사시킨 것이 이번 대사 임명의 주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독일 주재 대사 후보자로는 역시 여성인 에이미 거트먼 펜실베이니아 대학 총장이 지명됐다. 펜실베이니아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2017년 초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에서 물러나자마자 그에게 명예교수 지위를 부여한 인연이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총 91만1000달러(약 10억3500만 원)를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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