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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 고위공무원 자녀 등 청탁 받고 부정채용 의혹

입력 : 2021-07-19 05:57:00 수정 : 2021-07-19 13: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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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내부 리스트 단독 입수

2014년부터 명단작성·특별관리
청탁자·대상자 신상정보 총망라
입사후에도 인사변동 현황 기재
LG전자측 “절차 문제 없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연합뉴스

규제당국 소속 고위공무원과 국세청·조달청 고위공무원, 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대 교수 등 각계 유력 인사들이 LG전자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개입해 자녀 등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확인됐다. 세계일보는 이 같은 민낯을 고스란히 담은 LG전자 채용 청탁 및 관리내역 문건을 단독입수했다.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과 이에 준하는 공적인 성격을 띤 금융권 등에서 부정 채용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산 것은 여러 차례 있다. 하지만 민간 대기업이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이 증거가 담긴 인사 기밀문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18일 입수 문건과 취재를 종합하면, LG전자 본사 채용팀은 2014년 3월 무렵 최고인사책임자(CHO) 주도 아래 속칭 ‘GD(관리대상) 리스트’라는 문건을 생산, 관리했다.

 

문건에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딸과 국세청 간부 아들, 조달청 고위공무원 딸, 지방법원 부장판사 동생, 문재인정부에서 공공기관장을 지낸 서울대 교수의 딸이 기재돼 있었다. LG전자 사업 파트너인 SK텔레콤 사장 아들과 기업은행 부행장 아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LG그룹 내에서는 권영수 ㈜LG 부회장과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등 고위 임원들이 자녀와 조카, 사위, 며느리, 지인 자녀 등의 입사를 청탁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문건에서 LG전자는 입사자의 이름과 성별, 소속, 입사(시점), 학력, 출신학교 등 신상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특히 ‘원청자’(최초 청탁자), ‘관계’(청탁자·채용자 관계) 등 채용 비리를 암시하는 항목이 적시됐다. 문건에 담긴 입사자 중 상당수는 입사 이후 승진·전보 등 인사변동 내역이 반영돼 있었다. 청탁을 받아 채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이들을 특별 관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GD리스트는 LG전자 본사 채용팀과 산하 6개 본부 인사팀 구성원만 공유했다. 또한 임원과 담당자 등 극소수만 이 리스트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 같은 LG전자의 채용 청탁과 관리 행태는 경찰에 적발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세계일보 2020년 5월16일 17면 참조>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한 해 수사를 벌여 LG전자 임원 12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 중 4명을 불기소하고 나머지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범죄 피의자에 대해 징역·금고형보다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서면으로 벌금·과료·몰수 등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판사가 검사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더라면 이번 LG전자 부정채용 전말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을 뻔했다. 하지만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부장판사 임광호)이 정식 재판으로 전환했다. 이 사건은 2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도 공소장에서 GD 리스트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역시 외부에서 실체를 알기 어렵게 한 대목이다.

 

LG 측은 기소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사기업의 채용재량 측면에서 업무방해가 성립될 요인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지 몰라도 형법으로 처벌할 사안은 아니라는, 즉 무죄 취지 주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의 질의에 “채용 담당 임직원들은 어떠한 부정한 동기와도 관련이 없다”면서 “회사를 위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선량한 의도를 갖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대상이 됐던 상당수 직원은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취업 청탁 과정에 권영수 부회장 등 고위 임원이 관련됐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부정채용으로 탈락자가 발생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채용절차에 문제가 없어 피해자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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