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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軍 부실 방역이 부른 청해부대 ‘감염병 귀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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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8 23:16:26 수정 : 2021-07-18 23: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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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인근에 파견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61명이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합참은 어제 “승조원 300여명에 대한 PCR(유전자증폭) 전수검사 중 101명의 결과를 통보받았는데 6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는 68명에 이른다. 전수검사가 끝나면 확진자는 급증할 것이다.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인 함정 내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4월 수십 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 집단감염을 겪고도 안이하게 대처해온 군 당국의 부실 방역이 빚은 결과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작전지역 인근 국가에 기항했다가 출항 하루 만인 2일 감기 증상자가 보고됐지만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감기 증상자가 40여명대로 늘자 간이검사를 했고, 13일 샘플검사에서 확진자 6명이 나온 뒤에야 PCR검사를 했다.

이역만리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장병에게 백신조차 주지 않은 건 직무유기다. 군 당국은 “백신 접종 전에 부대가 출항해 어쩔 수 없었다”며 “수송이나 부작용 대처방안 등을 고려해 임무교대로 귀국하는 8월 말로 미뤘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남수단 한빛부대 등이 파견국에서 백신을 제공받아 접종한 걸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백신의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다지만 국제법상 함정은 영토로 간주되는 치외법권 지역이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접종이 가능하다.

백신은커녕 감염병에 대한 매뉴얼도 없었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해외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서’에는 무력충돌 대처 방안과 철수, 재외국민 보호 등을 담고 있지만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전무했다. 이러니 현지로 백신을 보내 접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후 조치인 환자 후송 계획도 ‘뒷북’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지난 15일 첫 확진자 발생이 국방부·합참에 보고됐지만 사흘이 지난 어제 오후에야 방역·후송·임무대체 인력 등 200여명을 태운 수송기 2대를 현지에 급파했다.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누차 “백신이 남으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러면서도 정작 해외 파병 장병을 외면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해외 파병 장병 1300여명 중 960명에 대해서만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한다. 미접종 부대에 대한 접종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군 내 감염병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방지책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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