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8일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구 광역수사대) 한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이유는 강력범죄수사대 팀장인 A 경위(53)가 친분이 있는 전직 경찰관 B씨(61)와 공모해 사건무마를 대가로 사건관계인들에게 뇌물을 요구한 녹취록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스1에 따르면 경찰은 전북경찰청 중요부서이자 핵심인 강력범죄수사대(구 광역수사대)가 뇌물 혐의로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A 경위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난 뇌물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현직 경찰인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냐”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무죄를 입증하겠다”면서 “절대 뇌물을 받거나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직 경찰 간부인 B씨에 대한 비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 A 경위와의 연관성을 확인한 뒤 그를 수사 선상에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여년간 경찰에 몸담았던 B씨는 지난 2019년 도내 모 경찰서 수사과장(경감)을 끝으로 퇴직한 인물이다.
A 경위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검찰의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압수수색 일주일 후인 지난 1월 4일 전직 경찰관 B씨가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같은달 A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됐으며,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경위가 구속된 후 사건관계인에게 뇌물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검찰은 A 경위와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 경위는 B씨와 공모해 지난해 10월 사건 무마를 대가로 사건 관계인들에게 1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앞서 지난해 9월 B씨는 A 경위에게 해당 사건을 청탁 알선한 대가로 사건관계인들에게 1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법정에 선 이들은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경찰관 A경위와 B씨의 공모가 성립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수사기록 어디에도 이들이 공모한 사실이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변호인들은 “제출된 녹취 증거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인 뇌물 요구 녹취가 없다”며 “즉 피고인들이 뇌물을 요구한 것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의 '무죄'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는 없었다. 대신 이들의 범행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녹취 증거는 넘쳐났다.
이에 재판부도 제출된 녹취 증거들을 토대로 이들이 공모해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을 모두 인정했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는 지난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 A 경위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또 A 경위와 함께 뇌물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B씨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녹취록 등 여러 증거에 비춰 피고인들이 1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것이 모두 인정된다”며 “또 증거 등에 비춰 함정에 빠졌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들은 전·현직 경찰관이 결탁해 현직 경찰관이 맡은 사건의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1억원을 요구한 점은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다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는 점, 피해자 중 일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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