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가운데 도쿄 선수촌 내 한국 숙소동에 내걸렸던 이순신 장군 관련 현수막이 결국 철거됐다. 대한체육회는 현수막 철거 조건으로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도 불허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약속을 받아냈다.
체육회는 지난 1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IOC 관계자가 대한민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현수막의 철거를 요청했다”면서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가하는 장군(이순신)을 연상할 수 있음에 따라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체육회는 즉시 IOC에 응원 현수막 문구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IOC는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적용해 판단하기로 약속하고, 한국 선수단 숙소의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상호 합의했다는 게 대한체육회 측 설명이다.

체육회가 언급한 IOC 올림픽 헌장 50조는 ‘경기장 등 어떤 장소에서건 올림픽 기간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고 명시돼 있다.
체육회는 “이번 협의에 따라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논쟁을 제기하지 않고, IOC는 모든 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 전시 등을 금지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14일 한국 선수단이 머무는 도쿄 주오(中央)구 하루미(晴海) 지역 한국 선수단 거주동 3층 창가에 태극기와 함께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어 현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해당 현수막 문구는 일본이 침략했던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의 장계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그러자 도쿄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이순신 장군을 ‘반일 영웅’이라 소개하고, 대한체육회가 반일(反日) 혹은 전시(戰時) 메시지를 띄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일본 극우 정당에선 한국 거주동 앞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들고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IOC가 직접 나서 대한체육회가 해당 현수막을 내리는 조건으로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적용해 판단하기로 약속했다.
IOC는 그동안 욱일기 응원에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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