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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검언유착’ 프레임… ‘제보자X’의 함정취재 의혹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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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7 13:31:59 수정 : 2021-07-17 13:31:57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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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화면 캡처.

신라젠 전 대주주의 로비의혹에 대한 채널A의 취재 과정을 문제삼아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보도한 언론은 MBC다. MBC는 이 단독기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기자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른바  ‘제보자X’ 지모씨와 MBC, 정치인들이 연루된 ‘권언유착’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역설적이게도 MBC 기자 2명이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의 논문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과거에는 흔한 일”이라고 두둔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채널A나 TV조선 등 종편 기자들이 MBC 기자들처럼 경찰을 사칭해 취재했더라면 어떤 후폭풍이 일었을까.

 

MBC는 지난해 3월31일 ‘단독보도’를 통해 “전 신라젠의 대주주 이철씨 측이 MBC에 제보를 해왔다”면서 “채널A의 한 법조 기자가 신라젠 행사에 강의를 한 적이 있는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알고 있으면 털어 놓으라면서 접촉을 해 왔는데 그 방식이 취재 수준을 넘어 공포스러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서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른바 유 이사장을 엮을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씨는 MBC와 인터뷰에서 “유시민이나 또 아니면 현재 문재인 정부에 있는 청와대 사람들을 포토라인 검찰청 포토라인에 한 번 세우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여요”라고 주장했다. 

 

MBC 기자 2명은 이 보도와 후속 보도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제35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아직 해당 보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언론사들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좀처럼 하지 않는 우리 언론현실에서 과감하게 검언유착 의혹을 드러내기 위한 보도를 내놨다는 점, 구체적인 녹취록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채널A 기자 2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홍 부장판사는 “취재를 위한 정보를 제공받을 주체는 언론사 기자인 피고인들이고, 수사나 기소 단계에서 피해자에 대한 처벌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는 신라젠 수사를 담당하던 검찰”이라면서 “피고인들이 명시적·묵시적 언동을 하거나 피해자가 이런 인식을 한 바가 없다면 설령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강요죄에서 말하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홍 부장판사는 채널A 기자가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녹취파일을 들려준 데 대해 “결국 지모씨의 요구에 의한 것인데, 이를 두고 해악의 고지라고 본다면 결국 피해자 대리인의 요구로 피해자를 협박한 셈이 되어 상식과 경험칙에 반하는 결론에 이른다”고 봤다.

 

법원의 무죄 판결, 그것도 1심 판결이 채널A 기자들의 취재 관행에까지 면죄부를 준 건 아니다.

 

홍 부장판사는 판결선고 전 이례적으로 당부의 말을 통해 “피고인은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임에도 특종 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그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운운하며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면서 “이런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언유착’의 프레임은 거의 깨졌다. 홍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후배 기자와 함께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한 선처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취재원을 회유하려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검’과 ‘언’의 연결성을 인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앞으로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에 대한 진상 규명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씨가 MBC를 활용해 일종의 함정·공작 취재를 벌이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씨는 지난해 MBC 보도가 있기 1주일전인 3월24일 이**라는 가명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주말에는 유시민 작가님한테 쐬주 한잔 사라고 할 겁니다. 왜 사야 되는지 금요일쯤은 모두가 알게 될 걸요?ㅋㅋㅋㅋ”라고 보도를 예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권을 적극 옹호하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신랄히 비난하고 글을 수시로 올린 인물이다.

 

그는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라는 글과 함께 사진에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현재 이** 계정의 페이스북 관련 게시물을 삭제된 상태다.

 

채널A 기자와 공범으로 몰린 한동훈 검사장은 16일 입장문을 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 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 언론, 어용 단체, 어용 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 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면서 “이제 거짓 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동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미애, 최강욱, 황희석, MBC, 소위 ‘제보자X’, 한상혁, 민언련, 유시민, 일부 KBS 관계자들, 이성윤, 이정현, 신성식 등 일부 검사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MBC는 취재 과정에서 모든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중략)...출입처에서 던져주는 정보를 별다른 검증 없이 써 온 것은 아닌지...(중략)...이번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은 기자들이 출입처에 어떤 식으로 동화되고 유착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알게 됐습니다.’

 

MBC가 지난해 기자협회에 낸 수상 신청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채널A 기자가 출입처인 검찰에서 주는 정보를 토대로 지씨를 압박해 사건을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검언유착’ 프레임이 깨지면서 MBC의 인지여부를 떠나 지씨가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위해 MBC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으로 지씨의 MBC 제보과정과 MBC의 취재윤리 준수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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