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살리기의 예술/다이애나 애실/이은선 옮김/아를/1만6000원
1917년에 태어나 50여년간 편집자로 일하고 2019년 101세로 세상을 떠난 영국의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나 애실의 에세이다. 편집자로서 느낀 애환을 전하고, 인연을 맺었던 작품과 작가들에게서 발견한 지혜와 열정을 소개한다.
작가나 편집자는 글을 고칠 때 종종 삭제하려던 내용을 원래대로 되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삭제하라는 표시 위에 ‘되살리라’는 뜻의 교정 부호를 덧쓰는데, 영미권에서는 ‘stet’을,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生’(생)을 사용한다. 편집자로서 그녀는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되살리기를 미덕으로 여겼다. 섣부른 삭제나 수정은 미묘한 표현 하나에 숨은 작가의 의도를 퇴색시키는 잘못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1부는 50년 편집 인생과 이를 통해 얻은 통찰을 다룬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넉넉잖은 밑천으로 시작한 출판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뜻밖에 성공을 거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적었다. 여기서는 저자는 독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며 점점 어려워지는 출판 현실에 대해 서글퍼하면서도 “이 세상에는 우리 때보다 더 열심히 진지한 작품에 매진하는 출판사들이 많지는 않아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위안을 전한다.
2부는 저자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눈 작가들의 이야기로 편집자만이 쓸 수 있는 전기 격의 글이다. 현대 영미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쓴 진 리스, 젊은 시절 수전 손택에 견줄 만큼 천재적인 신인 작가로 통했던 앨프리드 체스터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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