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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한국경제… ‘제로성장 시대’ 해법을 모색하다

입력 : 2021-07-17 03:00:00 수정 : 2021-07-16 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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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직/브라이트/1만8000원

모방과 창조/김세직/브라이트/1만8000원

 

한국 경제는 1960년대 초반부터 30년간 ‘단기적 변동 요인들을 제거한 성장률’, 즉 경제의 진짜 실력을 나타내는 ‘장기 성장률’이 매년 8~9% 성장하는 ‘성장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1인당 GDP도 1960년대 초에 비해 30년 만에 16배나 증가했다. 가히 경제성장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불릴 만했다.

하지만 견고하던 장기성장률은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하락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졌다. 1990년대 7%대이던 장기 성장률은 이명박정부 때 3%대, 박근혜정부 때 2%대로 하락한 데 이어 문재인정부에선 1%대로 떨어졌다.

저자인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는 책 ‘모방과 창조’에서 한국 경제에 ‘5년 1% 하락의 법칙’이 계속 작동하면 향후 장기성장률이 0%대의 ‘제로성장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추락의 원인을 찾아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에 짙게 드리운 ‘5년 1% 하락의 법칙’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보수 또는 진보 정권으로 교체에 상관없이 관철되어 온, 한국의 거시경제의 중요한 경험적 법칙이라고 규정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저금리정책 같은 경기 부양책도 ‘5년 1% 하락의 법칙’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제로성장 시대로 빠져들면 윤흥길의 단편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주인공 권씨가 느꼈을 절망과 불행이 가상 인물이 아닌 우리 주변의 실존 인물들에게서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잘못된 정책에 희생돼 가난에 빠진 뒤 다니던 출판사 직장마저 잃어버린 뒤 처자식 부양을 위해 공사판 막일을 전전해야 했던 권씨, 집을 뺏길 위기에 처하자 자신도 모르게 선두에서 시위하다가 전과자가 된 가장, 부인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강도가 되었지만 마음 약한 천성으로 그것마저 미수에 그친 남편, 자존심 같은 반짝이는 구두 아홉 켤레나 남겨놓고 사라진 불행한 사내….

저자는 한국 경제가 1960년대부터 30여년간 고도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 기술과 지식을 베껴 성장하는 모방형 인적자본을 통한 것이었다며 이제는 창조적 인적자본을 주요한 성장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에도 인적자본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지만 창조적 인적자본이 아닌 모방적 인적자본 축적에 그치고 창조적 인적자본을 축적하지 못해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허의 벽이나 구글링, 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더 이상 모방적 인적자본을 통한 고도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창조적 인적자본을 축적하고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로 성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세금 정책의 개편, 교육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근로 현장의 개혁 등을 담아서 창조적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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