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린스키의 별’ 김기민 수석무용수가 단독으로 영예의 무대에 선다. 2011년 동양인 발레리노 최초였던 마린스키 입단 1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다. 1783년 제정 러시아 황실이 창설한 마린스키 발레단을 품고 있는 마린스키극장은 발레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마리우스 프티파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와 함께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을 만들어 초연했고 안나 파블로바, 바츨라프 니진스키 같은 전설적 무용가가 그 명성을 세계에 알렸다. 지금도 전설을 이어가고 있는 명문 발레단·극장에서 무용수가 단독 리사이틀을 여는건 큰 영광이다. 여러 프로그램을 혼자서 이끌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야 하는 실력은 필수다. 특히 넓은 극장 좌석을 채울 수 있는 티켓 파워를 가진 무용수만이 이 무대에 설 수 있다. 그래서 마린스키 발레단 주역 중에서도 단독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무용수는 극소수였다.
2011년 입단 후 2015년 만23세에 최연소 수석무용수로 수직상승한 김기민은 18일 열리는 공연이 벌써 두 번째 단독 리사이틀이다. 이미 2019년 단독 공연에서 “김기민은 이미 마린스키 극장의 얼굴이 되었다. 우리 마린스키 발레단 모두에게 귀한 선물과 같은 존재(마린스키 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빅토리야 테료시키나)”라는 극찬을 들은 바 있다.
이후 2년 만에 단독 리사이틀이 다시 열리는 건 김기민의 인기와 티켓 파워를 입증한다. 이번 무대는 마린스키 극장이 자랑하는 페스티벌 ‘백야의 별들(Stars of the White Nights)’의 마지막을 장식할 정도로 극장에서도 중요시하는 공연으로 가장 비싼 티켓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김기민은 이번 공연 1막에선 무용계 최고의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았던 자신의 대표작 ‘라 바야데르(La Bayadere)’ 2막을 선보인다. 파트너 역에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발레리나 ‘올레샤 노비코바’가 맡았다.

또 2막에선 마린스키의 떠오르는 신예 발레리나 ‘마리야 호레바’와 함께하는 ‘차이콥스키 파드되’, 한국인 안무가 신영준이 안무한 ‘Sadness’ 독무, 그리고 마린스키 최고의 간판 발레리나 ‘빅토리야 테료시키나’와 호흡을 맞추는 프랑스 현대 작품 ‘르팍(Le Parc)’ 등 다양한 단막 작품을 선보인다.
마지막 3막에서는 마린스키에서 최고 난도를 자랑하는 ‘사랑의 전설(The Legend of Love)’ 3막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랑의 전설’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으나 러시아 유명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두 번째 작품이다. 김기민도 매우 애정을 가진 작품이라고 한다. 이번 ‘사랑의 전설’에서 내한 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과도 안면이 있는 ‘빅토리야 테료시키나’,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김기민은 원래 올해 4월 29일과 5월 1일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 주역으로 두 차례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2주 자가격리 면제가 불발되면서 내한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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