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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멈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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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4 08:10:25 수정 : 2021-07-14 08: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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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쉘 실버스타인이 쓴 동화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아서’는 바쁜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동그라미가 있었다. 슬픔에 빠진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길을 떠났다. 동그라미는 여행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어디에 있을까 나의 한 조각은. 오! 나 이제 찾아 나섰네.”

이빨 빠진 동그라미의 여행은 쉽지 않았다. 뜨거운 햇볕에 헉헉대다 시원한 소나기로 더위를 씻기도 하고, 눈에 꽁꽁 얼었다가 햇살에 몸을 녹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빨리 구를 수가 없었다. 천천히 구르면서 벌레와 이야기를 나누고 길가에 핀 꽃의 향기를 맡았다. 어떤 날은 딱정벌레와 함께 구르고 나비를 길동무로 삼기도 했다.

드디어 동그라미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만났다. 동그라미는 너무 기뻤다. 완전한 동그라미가 된 그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굴러갈 수 있었다. 그런데 떼굴떼굴 정신없이 구르다 보니 벌레와 이야기하기 위해 멈출 수 없었다. 꽃향기를 맡을 수 없고, 휙휙 지나가는 바람에 나비가 동그라미 위로 앉을 수도 없었다. “내 잃어버린 힉, 조각을 찾았지요. 힉!” 동그라미는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빨리 구르다 보니 숨이 차서 부를 수가 없었다.

완전한 동그라미의 삶은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사람들은 성공과 부자라는 완전함을 갖추기 위해 저마다 길을 떠난다. 그것을 손에 쥐기 위해 다들 바쁘게 허둥거린다. 마침내 자신의 원하는 성공과 부를 얻은 후에도 우리는 바쁨을 내려놓지 못한다.

동화에서 동그라미는 결국 여유로운 삶을 되찾는다. 동그라미는 구르기를 멈추고 찾았던 조각을 살짝 내려놓는다.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몸으로 천천히 굴러간다. 잃어버린 노래를 찾고는 예전처럼 흥얼거린다. “어디에 있을까 나의 한 조각은. 오! 나 이제 찾아 나섰네.” 그때 나비 한 마리가 동그라미의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영국 시인 윌리암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 순간 속에 영원을 붙잡는다"고 노래했다. 삶의 속도를 늦춰야 들꽃이  눈에 보이고 꽃향기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휴식을 취한 들판일수록 곡식이 더 풍요롭게 자란다"고 말했다. 인생도 여유와 휴식이 있어야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괴테는 “행복은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간이역”이라고 했다. ‘행복의 간이역’은 자그마하기 때문에 바쁘게 서두르면 놓치기 쉽다. 우리 주위에는 행복하기 위해 일한다면서 일하느라 바빠서 행복을 느낄 틈이 없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젊은 승려가 치는 종소리는 노승의 종소리보다 맑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타종 실력이 못해서가 아니라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앞선 종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타종하면 두 음이 섞여 맑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종소리도 여유와 휴식이 있어야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다.

우리가 혹독한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배우는 교훈도 멈춤이다.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릴 때 잠시 일상을 멈춰야 하듯이 삶의 파도가 맹렬히 밀려올 때에도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모르면 사람도, 권력도 위기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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