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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 집착에 널뛴 최저임금 인상률…혼란·부작용 자초

입력 : 2021-07-13 19:10:40 수정 : 2021-07-13 21:48:01
안병수, 백소용, 남혜정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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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최저임금 9160원 결정

첫해 큰 폭 인상 고용쇼크 부작용
최저임금위장도 “의욕 앞서” 인정
6470원서 임기 동안 41.6% 올려
연평균 7.2% 인상… 朴정부때보다 ↓

고용 안한 자영업자 月 8만명 늘어
“경제 전반 불확실성만 안겨” 비판
“애초 1만원 공약 무리” 지적 일어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천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관계자가 모니터 앞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무리한 목표였다. 문재인정부가 사회 각계의 숱한 우려에도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노동계도, 사용자도 불만을 터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해 밀어붙이다가 혼란과 부작용만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새벽까지 심의한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5.1% 높은 916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000원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은 박근혜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최임위가 의결한 6470원이었다. 현 정부가 이것을 9160원으로 2690원(41.6%) 끌어올린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던 집권 초기 공약이 애초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급가동과 급제동을 오갔다. 첫해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최저임금(2018년 적용)은 7530원으로, 인상률이 16.4%에 달했다. 이듬해 결정한 2019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인상률이 10.9%로 역시 두 자릿수였다.

2018년 들어 고용 지표 악화로 ‘고용 쇼크’ 우려가 확산하자 지난해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인상률이 2.9%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1.5%로 역대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13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현 정부 임기 내 연평균 인상률은 7.2%로, 박근혜정부 4년간 7.4%에 조금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들쭉날쭉한 인상률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과 부담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박근혜정부는 4년간 인상률이 7~8%대로 일정해 충격이 적었으나 현 정부는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초반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지불능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사업자들이 도산과 폐업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이번 심의가 끝난 직후 “냉정하게 평가하면 현 정부 초기 2년의 최저임금 인상은 의욕보다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측면을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직원을 고용하지 않은 자영업자는 427만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404만3000명에서 매달 많게는 8만명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지난 4월 기준 55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줄었다. 근로자의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최저임금 정책이 영세사업자 경영악화와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 증발로 이어진 셈이다.

13일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종 표결 결과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9160원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이 안내되고 있다. 전날부터 이어진 최저임금위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안에 반발한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퇴장하는 등 올해도 진통이 심했다.
세종=뉴스1

노사 양측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정부의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대료와 가맹 수수료 인하 등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인상을 추진했더라면 동력을 유지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갈등인 ‘을과 을의 대립’ 구도만 초래했다는 박한 평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저임금 인상 공약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 고문’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4년간 최저임금은 연평균 7.7%로 급격히 인상돼 지난 4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1.1%)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면서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달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수, 백소용, 남혜정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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