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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살해 동생’ 부모 “착하고 성실해 말 잘듣던 아들… 괘씸하지만 선처해달라” 호소

입력 : 2021-07-13 15:57:14 수정 : 2021-07-13 17:47:13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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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공판서 호소문 읽어 내려간 남매의 부친 “죽은 놈도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
이날 검찰, 피고인 A씨에 무기징역 구형 “누나 살해 5일 뒤 여자친구와 여행도 갔다”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남동생 A(27)씨가 지난 5월2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친누나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의 결심 공판에서 그의 아버지가 호소문을 낭독했다.

 

“죽은 놈도 제 자식이고, 죽인 놈도 제 자식”이라며 미리 써온 호소문을 읽어 내려가던 A씨의 부친은 연신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었고, 이 모습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모친 역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13일 오전 인천지법 제12형사부(김상우 부장판사) 심리로 친누나 B(30대·여)씨에게 30여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를 받는 A(27·구속)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A씨의 아버지 C씨는 “피해자(B씨)와 피고인(A씨)의 부모에게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는 재판장 말에 법정 내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호소문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뒤 “지금은 저희 곁에 아무도 없는 두 남매의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C씨는 “(딸이 사망한 후) 미치고 죽을 것만 같아 세상을 등지려고 마음먹었다”면서 “저 못난 아들(A씨) 건사할 사람도 없고, 가족공원에 혼자 외롭게 있는 딸(B씨)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러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딸은 부모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가 꿈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다”면서 “제가 살면서 자식을 위해 향을 피울지는 몰랐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C씨는 “착하고 성실해 말 잘 듣던 아들이 어떻게 그런 큰일을 저질렀는지 생각하면 너무 괘씸하다”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아들을 대신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이라고 말했다.

 

C씨는 “물론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하나 남은 아들이 제품에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19일 오전 2시50분쯤 인천 남동구의 아파트에서 누나 B씨의 옆구리와 가슴, 목 부위 등을 흉기로 30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인천 강화군 석모도의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씨 시신을 열흘간 아파트 옥상에 방치하고 12월 28일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렌터카에 실은 뒤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버렸다.

 

A씨는 범행 당시 누나인 B씨가 평소 늦은 귀가와 신용카드 연체 및 과소비 등의 행실을 지적하며 잔소리하자 “○○ 나한테 신경 그만 써. 누나가 무슨 부모야”라고 소리쳤다. 이에 B씨가 ‘망나니’라고 맞받으며 “부모님께 네 행실을 말하겠다”고 하자, A씨는 분노한 나머지 침대에 앉아있던 누나의 옆구리를 흉기로 찌른 뒤 쓰러진 누나의 가슴 부위 등을 30여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월 어머니가 경찰에 누나의 가출신고를 하자, A씨는 B씨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자신과 부모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해 가출신고를 취소하게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A씨는 자신이 누나를 살해하고도 누나의 장례식에서 영정을 들기도 했다.

 

이 사건을 조사해온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지난 4월21일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B씨의 통신·금융 기록을 분석,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같은 달 29일 오후 4시39분쯤 경북 안동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범죄분석관을 투입해 A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 및 분석을 진행했지만 특이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A씨가 B씨의 친동생일지 의문이 들 정도로 범행수법이 잔혹했다”면서 “A씨는 B씨가 어머니처럼 행실을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것에 불만이 누적돼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5일 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고 B씨의 명의로 대출을 받는 등 최소한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걱정해줬던 누나를 살해했다”면서 “부모님과 주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천번, 만번 고개를 숙여 사죄해도 부족하지만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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