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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 ‘피라맥스’ 코로나 임상 2상 실패? “성공했다” 반박 나오는 이유

입력 : 2021-07-14 17:07:47 수정 : 2021-07-17 11: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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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실패’ 보도 쏟아져...보도자료 하나에 주가 전일 대비 30% 급락
의학적 재해석 나와 “실패로 단정짓는 건 2상 특성을 이해 못한 것”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이 제품을 개발한 중소제약사 신풍제약은 개미 투자자의 큰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신풍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약 14개월 만인 지난 5일 2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식시장은 발표 결과를 실망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9월 17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던 신풍제약 주가는 지난 6일 하루 만에 전일 대비 약 30% 가까이 급락, 하한가를 맞았습니다.

 

신풍제약이 임상 전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설정한 ‘RT-PCR(유전자 증폭 검사) 진단 키트 기반 분석’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 비율(음전율)이 피라맥스를 맞은 환자군과 가짜약을 맞은 환자군(위약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던 탓입니다. 이는 증시에서 피라맥스는 사실상 코로나19를 치료하는 효과가 없다는 결과로 해석됐습니다.

 

◆피라맥스 2상은 실패?

 

RT-PCR(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이란 쉽게 말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출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의 검체(가래 등)에서 추출한 유전물질을 증폭시킨 뒤 장비로 확인하는 검사법을 말합니다.

 

신풍제약은 ‘감염력 있는 생존 바이러스 음전율’도 분석했습니다. RT-PCR 분석 외에 검체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증식시킨 뒤 약효를 시험하는 방법을 별도로 써봤단 겁니다.

 

별도 분석을 추가한 이유는 RT-PCR 분석 방식에 관해 바이러스 음성을 판단하는 기준값 논란이 있고 죽은 바이러스 찌꺼기를 함께 증폭시켜 양성이 아닌데도 양성으로 판정(위양성)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탓이라고 신풍제약 측은 설명했습니다.

 

생존 바이러스 음전율 분석에선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는 게 신풍제약 측 전언입니다. 고위험 환자군에서 투약 10일 후 100% 음전이 나타났고, 감염성 바이러스 보유량이 상위 50%인 환자군에서 투약 3일째 바이러스량이 96.8%만큼 줄어들었다고 신풍제약 보도자료에 기재됐습니다.

 

당시 신풍제약은 이를 근거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예후 악화를 억제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후속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 “2상으로선 성공적”

 

신풍제약은 이번 2상 결과를 실패로 결론짓지 않았지만, 언론에선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신풍제약 임상’을 검색어로 찾아본 결과 신풍제약이 보도자료를 발표한 다음날인 6일부터 사흘 동안 모두 39건의 기사가 나왔는데, 이 중 피라맥스 2상 결과를 ‘실패’로 단정짓거나 ‘유효성 확보 실패’로 표현한 기사는 15건(38.4%)이었습니다.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몇몇 의학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표된 피라맥스의 2상 결과 자체는 성공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논문이 발표되지 않아 온전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지만, 아직 2상 단계라는 걸 고려하면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반론입니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지난 9일 “임상 단계마다 ‘성공’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정도가 다 다르다”며 “임상 2상의 탐색적 성격을 봤을 때 피라맥스의 치료적인 기전과 효과가 환자한테 실제 먹힐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그것을 실패로 봤다는 건 임상 2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심민보 이비인후과 전문의도 “임상 2상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지 본다”며 “환자 몸에 높은 농도의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존재할 때 그것이 대조군(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에 (신풍제약 피라맥스가) 임상 2상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봐야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 전문의는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피라맥스의 임상계획을 다른 치료제와 비교·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영상을 수개월 전부터 유튜브에 꾸준히 올려왔습니다. 학문적 흥미로 그동안 피라맥스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논문만 100여건 가까이 분석했다고 합니다.

 

각자 진행한 이들 전문가와 인터뷰 내용을 간추렸습니다. 일부 답변에 대해 홍기호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간사에게 받은 자문을 포함해 1문 1답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분량상 기사에 반영하지 않은 질문들과 더 자세한 인터뷰 답변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라맥스 2상 결과를 보도자료 바탕으로 총평하자면?

 

강윤희(이하 강) “임상 1상, 2상, 3상의 성공기준이 다 다르다. 신풍제약의 임상 2상 결과 보도자료를 검토해봤을 때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서 결국 코로나 증상이 더 발전하지 않도록, 더 악화되지 않도록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게 전체적인 이 치료제의 가설이라고 보인다. 임상 2상에서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양이 줄어들고 그리고 일부 환자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낮아지고,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심민보(이하 심) “임상 2상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지 보는 임상이다. 신풍제약이 이번 임상에서 뭘 증명했느냐면 ‘고농도, 환자의 몸에 높은 농도의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경우에 그것이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이다. 그렇다면 임상 2상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봐야 맞는 것이다. RT-PCR에서 대조군 대비 차이가 없다고 해서 실패한 게 절대 아니다.”

 

-RT-PCR 음전율이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로 보면 2상을 실패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은 기사를 뒤져본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임상 2상을 실패한 것처럼 보도를 했다. 임상 2상에 대한 이해가 다들 없으신 것 같다. 물론 신풍제약이랑 아무런 관련도 없고 당연히 관련 주주도 아니다. 그리고 주주들이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서 그 편을 들어주고 그럴 마음도 저는 전혀 없다. 다만 데이터로 임상 2상의 탐색적 성격을 봤을 때 피라맥스의 치료적인 기전과 그 효과가 환자들한테 실제 먹힐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그것을 실패로 봤다는 것은 마치 임상 3상의 결과를 해석하듯이 한 것이다.”

 

“셀트리온도 2상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을 때 RT-PCR 결과가 대조군하고 차이가 없었다(※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는 지난 2월 식약처에서 국내 최초 조건부 허가를 받아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 중). 신풍제약하고 똑같이 차이가 없었다. 지난 1월 식약처 임상 자문의가 (셀트리온 조건부 허가를 심의하던) 당시 “바이러스 측정 방법(RT-qPCR)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시험 결과 간 편차가 크다는 방법 자체의 한계가 있어 바이러스 음전 소요 시간에 대한 결과가 임상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RT-PCR 음전율은 평가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풍제약에도 마찬가지로 (언론 등에서 하듯) RT-PCR 결과로 피라맥스 2상 결과를 평가하면 안 된다.”

 

-신풍제약은 RT-PCR 음전율과 별도로 ‘생존 바이러스 음전율’을 분석해 코로나19 억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머크사(※MSD社·미국 제약회사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 진행 중이며 미국 정부와 공급 계약을 맺음)에서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도 검사 방법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양을 정량화하는 방법을 썼다. 신풍제약은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표를 보조적으로 썼는데, 이건 굉장히 잘했다고 본다. 다만 이 지표는 치료제의 기전이 먹히고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어떤 보조적인 지표다. 경증에서 중증으로 가는 걸 막아주느냐, 또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춰줬느냐 이게 사실은 결정적인 지표이고, 아마 3상에서는 이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보도자료를 보면 이틀 만에 유의하게 감염성 있는 바이러스가 줄어들었다. 이것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훨씬 더 극적으로 그려질 거다.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가 96.3% 줄었다는 얘기는 사실상 거의 다 없어졌다는 얘기다. 대조군(위약군)에서 여전히 66% 감염력이 남아있을 시점이다. 그런데 피라맥스군에선 이틀에서 사흘 사이에 그 66%가 사라졌단 얘기다. 이게 엄청난 얘기고 얼마나 효과가 빠른지 보여준다.”

 

-신풍제약은 생존 바이러스 음전율을 추가 분석한 이유가 RT-PCR 검사의 위양성 논란 때문이라고 밝혔다.

 

“RT-PCR 방식은 진단할 당시에는 검사 기법으로 상당히 유용하지만, 실제 환자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RT-PCR 검사가 여전히 양성이라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 지금 우리나라에선 RT-PCR이 양성이어도 증상만 좋아지면 격리해제를 한다.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RT-PCR 검사로 바이러스 음전율을 보는 게 상당히 무모한 점이 있다는 거다. 왜냐면 환자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죽어있는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조각 이런 것도 다 양성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게 양성이라고 해서 ‘이 약은 효과가 없다’, ‘바이러스 음전이 안됐네’ 이렇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RT-PCR 검사가 아예 의미가 없진 않다. 다만 의미있는 데이터를 추론하려면 Ct값(※ Cycle threshold·유전자 증폭 횟수)을 30대로 잡아야 한다. 그래서 머크사에서 Ct값을 30대로 잡았다. 이보다 큰 Ct값을 쓰면 대부분 위양성이 나온다. 논문이 안 나와서 피라맥스가 어땠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국내에선 주로 Ct값을 40대로 놓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이번에 나온 신풍제약 RT-PCR 음전율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결과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결과를 RT-PCR로 얻어내려면 Ct값을 30대로 놓고 다시 분석을 해야 한다.” 

 

홍기호 “심 전문의 답변에 대해선 일부 이견이 있다. Ct값이 낮을수록 (검출된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바이러스일 개연성이 훨씬 커지는 건 맞고 Ct값이 높을수록 확률적으로는 위양성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치료제 임상을 하는 데 Ct값을 쓰는 것은 적절한 지표가 아니다. 적정 Ct값은 시약마다 다르고, 위양성 문제는 대부분 부실한 채취로 검체가 오염되면서 발생한다. RT-PCR이라는 검사법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글, 영상=신성철 기자 s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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