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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中이 원하는 청년, 원하지 않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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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1 22:47:59 수정 : 2021-07-11 22:47:57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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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서
공청단, 시주석 앞서 충성 맹세
홍콩선 민주화 위해 청춘 희생
한 시대 사는 청년들 극명 대비

“칭당팡신 창궈요워!(請黨放心 强國有我: 당은 안심하십시오, 강국을 이루는 데 내가 있습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지난 1일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수백명의 선발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소년선봉대가 시진핑 국가주석 앞에서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첫 번째 100년 목표인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했으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공산당원인 공청단과 선봉대는 공산당 제2의 100년 목표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달성을 위해 충성맹세를 했다.

마오쩌둥 사진이 내걸린 망루에 앉아 있는 시 주석 앞에 선 공청단과 선봉대의 모습은 자연스레 문화혁명 시절 ‘홍위병’을 떠오르게 한다. 옳은지 그른지는 따지지 않는다. 마오쩌둥 이념을 관철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선봉에 선 홍위병처럼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을 위해 그들은 공산당이 전부인 것처럼 ‘칭춘셴게이당’(靑春獻給黨: 청춘을 당에 바치겠다)을 약속했다.

전국으로 생중계된 예비 공산당원들의 외침을 중국의 또 다른 청년 ‘탕핑족’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으로 봤을 것이다. 탕핑의 사전적 의미는 ‘똑바로 드러눕는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노력하지 말고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하자’는 현재 중국 청년층의 박탈감을 대변한다. 한국의 예전 광고 문구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와 의미가 비슷하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안정적인 직장도 없이 매달 200위안(약 3만5000원)으로 2년간 생활한 청년이 ‘탕핑이 바로 정의다’라는 글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해봤자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근무)를 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남는 건 병밖에 없다”며 산책 등 돈 안 드는 활동, 두 끼 식사 등 자신의 생활방식을 공개했다. 돈이 떨어지면 엑스트라 활동으로 몇 달을 보낼 생활비를 마련했다는 그의 글에 누리꾼들은 “탕핑은 중국 젊은이들의 비폭력·비협조 운동”이라며 지지를 나타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나아지지 않는 삶에 몸과 마음이 지쳐 꿈이 사라진 청년들의 일종의 저항으로도 해석된다.

중국몽 달성을 통한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선다)’를 내세운 중국 공산당 입장에선 사회 전반에 이 같은 분위기가 만연할 것을 우려해 웨이보 등에서 ‘탕핑’을 금기어로 설정했다.

중국엔 ‘꿈을 꾸는 청년’과 ‘꿈이 사라진 청년’뿐 아니라 ‘꿈을 꾸고 싶은 청년’도 있다. 폐간된 빈과일보의 기자들과 수감 중인 조슈아 웡(25) 등 홍콩의 청년 민주화 운동가가 그들이다.

이들은 2012년 ‘애국교육’ 반대 시위,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 2019년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 중국의 통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는 신문 폐간, 체포 등 범민주 진영에 대한 중국의 마구잡이식 탄압이었다. 지난해 6월 말 홍콩 보안법 시행 후 1년 새 범민주 진영 인사 100여명이 체포됐다.

이들에게 다른 꿈을 꾸는 것은 사치다. 오직 ‘홍콩의 민주화’를 소망할 뿐이다. 중국이 말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만 지켜졌어도 이들의 청춘은 희생되지 않았을 터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청년들의 모습은 이처럼 극명하게 대비된다. 공산당이 원하는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들로 구분된다.

톈안먼 광장의 청년들이 중국몽을 꿈꾸며 쩌렁쩌렁 소리치는 모습이 중국 전역에 중계됐다. 반면 작은 섬의 청년들은 중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갑을 찬 채 끌려가거나, 일자리를 잃은 모습이 전 세계에 퍼졌다. 이런 톈안먼 광장과 홍콩의 모습을 탕핑족들은 무심하게 인터넷 등으로 지켜봤다.

“괴롭히면 머리 깨져 피날 것”이라고 외국에 경고장을 날린 시 주석 홍위병들의 외침보다 “글을 쓰게 해달라”, “철창은 우리의 영혼을 가둘 수 없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SNS로 숨죽여 외친 이들의 울림이 더 간절하게 와 닿는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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