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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뚝 끊긴 클래식 선율… 하반기에도 줄취소 우려 [이슈 속으로]

입력 : 2021-07-10 16:00:00 수정 : 2021-07-10 13: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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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전멸' 위기

팬데믹에 ‘66년의 역사' 휘청
1955년 ‘심포니 오브 디 에어' 내한공연후
2019년 해외공연 131건으로 해마다 증가
코로나 후 줄취소·연기… 2021년 상반기엔 ‘0'

아티스트 ‘2주 격리' 장벽
대규모 인원 일정 조정 어렵고 비용 엄청나
기간 축소 거론 되지만 ‘특혜' 비판 높아
4차 대유행에 ‘빈필' 공연 등도 성사 불투명
클래식 무대 외국 악단 첫 공연이었던 1955년 ‘심포니 오브 디 에어’ 연주회 모습. 국가기록원 자료

우리나라 클래식 무대 첫 외국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그 뿌리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5년 5월 26일 당시 중앙청 광장 특설연주회장에서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심포니 오브 디 에어가 지휘자 월터 핸들 지휘로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과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차이콥스키의 환상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연주했다. 전설의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이끌었던 NBC교향악단 후신으로 당대 최고 교향악단 내한 무대였다. 바로 다음은 지금도 최정상에 서 있는 LA필하모닉. 역시 중앙청광장 특설연주회장에서 이듬해 베토벤 교향곡 제5번 등을 연주했다. 두 명문악단 내한은 국내 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그 결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창단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게 평단의 분석이다.

◆상반기 클래식 내한공연 0건

이후 66년 역사를 쌓은 우리나라 클래식 무대 외국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그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다. 공연 관련 정보를 취합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코피스·kopis.or.kr) 통계에 따르면 국내 클래식 공연 중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해외 아티스트 내한 공연(서울 기준)은 그 횟수가 2018년 81건에서 2019년 131건까지 늘어났다가 지난해 18건으로 격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이 사실상 막히면서 해외 아티스트 내한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2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더 심각하다. 외국 클래식 아티스트 내한공연이 아직 한 건도 성사되지 못했다. 코피스 관계자는 “국내 연주단체 협연 무대 등에 오른 외국인 연주자는 있겠지만 1월부터 6월까지 단독으로 리사이틀이나 콘서트를 연 외국인 연주자나 연주단체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공연이 무산돼 아쉬운 무대는 여럿이다. 명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와 함께 3월 방한해 브루크너 교향곡 8, 9번을 선사할 예정이었던 독일 음악의 상징적 악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공연이 대표적이다.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병행하는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도 피아니스트로서는 처음 우리나라를 5월에 오려던 계획을 미뤘다. 공연을 준비했던 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은 “아티스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 증명서 및 PCR 검사 음성확인서 등을 통한 자가격리 면제, 기간 축소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가피하게 금번 내한공연의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당시 사정을 전했다. 세계 최정상급 콰르텟인 에머슨 현악사중주단의 6월 공연도 취소됐으며 젊은 거장 클라우스 마켈라가 이끄는 오슬로필하모닉 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 아티스트 2주 격리 장벽

하반기 공연 중 이미 취소된 무대도 여럿이다.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2019년,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선정한 홍콩필하모닉이 그렇다. 상임지휘자 얍 판 츠베덴과 함께 8월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일찌감치 공연 일정을 접었다.

이처럼 해외 클래식 아티스트, 특히 악단 내한공연이 어려운 건 해외 입국자 2주 격리규정이 결정적 이유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 아티스트 개인은 이를 감내하고도 국내 무대에 협연이나 지휘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또 공연이 두세 달까지 이어질 수 있는 뮤지컬은 내한공연이 성사된 바 있다. 하지만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에 이르는 교향악단의 경우 적게는 단 하루뿐인 연주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2주나 격리하는 건 일정상이나 비용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기획사 등 공연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및 백신 접종 개시 등 긍정적 상황 변화를 기대하며 내한공연을 추진하다 기대만큼 되지 않자 결국 취소한 것이다.

 

이들이 기대를 걸 만한 여지도 적지 않았다. 일본 등에선 ‘세계적인 예술가’라는 잣대로 일부 해외 아티스트 격리 기간을 3일로 축소했다. 다니엘 바렌보임 등이 그 혜택을 입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개정의 골자였다. 이후 부모님이나 배우자 등 직계가족을 만나기 위해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재외 국민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입국자에 한해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이달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 해외 아티스트 내한에 이를 적용하는 건 또 다른 공감대 형성과 판단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해외 아티스트 내한 격리 기간 축소 가능성에 대해 “백신 접종 추이, 변이 바이러스 유행상황, WHO와 외국 가이드라인 변경 등을 면밀히 관찰해 추후 자가 격리기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코로나 대유행 시대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특별 대우는 큰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지난 4월 클래식 음악 중심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벌어진 ‘백신 특혜’ 시비가 본보기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빈 시는 빈 필하모닉 단원 148명 중 고참 단원 95명에게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우선 했다. “빈필이 국제적으로 해외 방송 등과 협업하는 약속(공연)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접종 우선순위에 배정했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거센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악단 내부에서조차 “몇 달 빨리 맞으려다 그간 쌓아온 명성을 크게 손상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스트리아 현지에선 빈필과 경쟁 구도인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백신 접종과 관련한 특혜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1월 내한공연 예정인 빈필하모닉.

◆빈필·RCO 11월 공연, 성사될까

클래식 공연계는 해외 아티스트 내한이 다시 시작되길 바라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 같은 기대는 당분간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아직 내한공연이 취소되지 않은 하반기 기대되는 무대로는 우선 9월에 지난해 전국 투어에서 열정적 연주와 좋은 매너로 많은 팬을 만들어낸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다시 찾아온다. 또 10월에는 런던 필하모닉, 그리고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다. 뉴욕필 상임지휘자 얍 판 츠베덴도 홍콩필하모닉과 함께 오는 것은 무산됐지만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이어 11월에는 인기 절정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의 아트센터인천 공연도 예정돼 있다. 12월에는 BBC심포니가 내한 공연한다.

이런 여러 공연 중 ‘블럭버스터’급 무대는 단연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와 오스트리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로 예정됐는데 로열콘세르트헤바우는 11월 14~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4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음악잡지 도이치그라모폰이 2008년 발표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20곳 중 1위를 차지한 최고 중 최고의 오케스트라다. ‘생동감’과 ‘균형’이 특징인 이 악단 소리는 중후하다. 금관은 위압적으로 들리지 않고 오케스트라의 테두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목관의 명확함과 세밀함은 최고 수준이고 현은 따스하고 섬세한 고유의 음색을 자랑한다. 볼쇼이 극장 음악감독인 젊은 마에스트로 투간 소키예프 지휘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그리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할 예정이다.

세계 최정상에 손꼽히는 빈필하모닉 역시 11월 14일 이탈리아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관에서 공연한다.

빈필하모닉 홈페이지에는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하프너’와 슈베르트 교향곡 ‘더 그레이트’를 들려줄 예정이라고 공지돼 있다. 당연히 두 악단 모두 현행 2주 격리규정이 완화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항공편과 숙박 시설 등 물리적 여건상 적어도 두어 달 이전 공연 여부를 최종확정해야 하는데 8월 중까지 상황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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