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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1명이 학종 서류 171건 평가… 부실 검증 우려 [교육부, 전국 165개大 운영실태 첫 공개]

입력 : 2021-07-11 23:00:00 수정 : 2021-07-11 19: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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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만명 서류 검토’ 사정관은 총 8282명
교수 등 임시 위촉 대부분… ‘전임’ 13%뿐
한양대 1인 803건·경희대 485건 평가 등
수도권 대학들 ‘과부하’ 검토 시간 짧아
“전문 인력 확충… 평가 신뢰도 높여야”

교육부는 지난달 국내 4년제 대학의 수시모집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 운영 실태가 담긴 ‘2021년 6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번 공시에선 ‘전임 입학사정관 현황’과 ‘학종 평가자 1명당 서류평가 건수’가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교육당국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다.

학종은 수시모집 중에서도 면접관의 영향력이 큰 전형으로 꼽혀 조 전 장관 사건을 계기로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입학 사정 업무만을 위해 고용된 전임사정관 비율이 약 10%에 그치고,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 1명이 800여건의 서류를 혼자서 평가하는 등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11일 입시업체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와 함께 대학정보공시 주요 내용을 분석해봤다.

◆입학사정관 8명 중 7명은 임시직

입학사정관 중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높은 전임사정관은 전체의 13.1%에 불과했다. 평가의 질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하다. 입학사정관은 전임과 위촉사정관으로 나뉜다. 전임은 입학 업무만을 위해 채용된 사정관으로서 업무 연속성이 있는 반면, 위촉은 교수나 교직원 중 입시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업무에 투입된다. 구조적으로 평가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1학년도 일반대·교대 입시 전형에 참여한 입학사정관은 모두 9129명으로 이 중 전임사정관은 1198명(13.1%)이었다. 전임사정관 중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은 68.1%(816명)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규직에서도 학종 평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규직 분포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교수사정관’(수업 대신 입학업무 담당), ‘전환사정관’(기존 교직원 중 입학업무 담당)의 정규직 비율은 각각 97.4%, 100%였고 학종 심사를 맡는 ‘채용사정관’의 정규직 비율은 57.6%에 그쳤다.

교육계 관계자는 “단기간 평가에 참여하는 위촉사정관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을 경우 학생 개개인을 내실 있게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평균 평가자 1인당 171명 서류 평가

2021학년도 대입 전형은 전체 165개 대학에서 8만6715명을 선발했다. 이 중 학종 서류 평가 대상 인원은 64만6815명으로 나타났다. 이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해 참여한 입학사정관은 8282명이다.

이들 중 입학사정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전임사정관은 1114명(13.5%)이었다. 각 대학에서는 전임사정관 외에도 교수 등으로 구성된 위촉사정관을 운영하는데, 이들이 전체 사정관의 86.5%를 차지하는 셈이다. 전임·위촉사정관별 서류 평가 건수를 살펴보면 전임사정관이 55만5238건, 위촉사정관이 86만6323건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입학사정관의 1인당 학종 서류 평가 건수를 계산하면 평균 171건이다. 사정관별로 보면 전임사정관은 1인당 498건, 위촉사정관은 121건이었다.

평가자 1인당 서류평가 건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한양대로 1인당 803건의 서류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가천대(533), 경희대(485), 고려대(465), 동국대(452) 순으로 1인당 평가 건수가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평가자 1인당 평가 건수가 28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224), 경기(181), 대구(160), 광주(157)가 뒤를 이었다.

◆학생 1명당 검토시간 짧아…“불신 풍토 개선을”

학생 1명의 서류 심사에 드는 시간은 어떨까. 통상적으로 수시 원서는 9월에 접수하고, 대학에 따라 짧게는 40일에서 길게는 60일 이상 동안 지원자들의 서류를 평가한다.

진학사가 교육부 발표와 학종 원서 접수에서 서류 평가까지 걸리는 전형 기간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한양대가 하루 평균 16.73건의 학종 서류를 검토했고 가천대 11.11건, 경희대 10.11건, 고려대 9.69건, 동국대 9.42건, 건국대 9.11건 순이었다. 입학사정관 1인당 803건의 서류를 평가했던 한양대는 평가자 1명이 하루 약 17명을 검토한 셈이다. 이를 1일 근무 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면 1건 평가에 약 30분이 소요된다. 1시간 기준 2명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검토 시간은 더 짧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2016∼2019학년도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서류 1건을 평가하는 데 드는 평균 시간은 최소 8.66분에서 최대 21.23분에 불과했다.

더욱이 당시 사정관 1인이 검토해야 하는 서류는 143건으로 이번 전수조사 평균치보다 28건이 적어 부담이 덜했다.

이에 교육당국이 2022학년도 수시 전형을 앞두고 입학사정관 제도를 개선해 학종 평가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학종에 대한 불신이 입학사정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신 풍토를 바꿀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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