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다를 즐기다가 ‘맹독성 생물’ 만나면 치명적 상처 입기도
“파란고리문어·청자고둥·쏠배감펭 등 다양한 해파리들도 조심해야”
“독 있는 생물, 만지거나 쏘이면 상처 물로 씻고 병원 치료해야”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물론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지루한 ‘장마철’이지만,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동해‧서해‧남해 등 3면의 바다를 향해 내달릴 것이다. 우리나라 3면의 바다는 금방 피서객들로 가득차게 된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처음 보는 미지(?)의 바다생물들이다. 해파리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알록달록 예쁜 색과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겉모습에 홀려 함부로 만졌다간 맹독성 침에 쏘여 마비가 되거나 독소에 중독돼 멋진 여름 휴가를 망칠 수도 있다. 특히 잘못하다간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7일 전문가에 따르면 여름 피서철 조심해야할 바다생물의 대표격은 ‘파란고리문어’다. 이 생물은 청산가리의 10배, 그 강력하다는 독어의 1000배에 달하는 ‘맹독’을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바다생물이다.
파란고리문어는 평소에는 노란색이나 황갈색을 띠다가 사냥을 하거나 위험을 감지하면 파란 줄무늬가 생기고 고리 모양 빛을 낸다. 그래서 이름이 ‘파란고리문어’다. 본래 아열대성 바다생물이지만, 최근 우리나라 바다의 수온 상승으로 국내 연안에서도 드물게 눈에 띄고 있다.
파란고리문어는 흥분하지 않는 이상 특유의 문양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일반 문어와 구별이 어렵다. 하지만 이 생물은 소량으로도 신체를 마비시키거나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성 성분을 몸에 지니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고준철 박사는 “산란기 점액질에서도 독이 검출됐다는 해외 보고가 있다”며 “바위 틈새 낀 조개 등을 맨손으로 줍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는 파란고리문어를 만졌거나 물렸다면 바로 생수 등으로 씻어낸 다음 가까운 의료기관을 빨리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영준 제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악의 경우는 호흡근 마비”라며 “입 주변 얼얼한 느낌이 들다가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초기 증상 발현 시 바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여름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한다면 깊은 바다에 사는 ‘청자고둥’과 마주칠 수도 있다. 이 생물은 작살 모양 독침을 쏠 경우 우리가 입고 있는 고무 재질 잠수복도 쉽게 뚫리곤 한다. 문제는 침 속 신경독인 ‘코노톡신’은 때론 인명까지 위협하지만 마땅한 해독제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청자고둥에 찔렸다면 사고 발생 시 지체 없이 물 밖으로 나와 그 위쪽을 붕대로 단단히 묶고 10분에 한 번꼴로 90초씩 풀어주길 반복하며 119구급대를 기다려야 한다.
한국스쿠버아카데미 자문위원인 강영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쏘인 자리를 십자로 긋고 입으로 빨아내는 등 행위는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바 없고 외려 파상풍 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섣부른 응급처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쏠배감펭’도 주의해야 한다. 등지느러미 끝쪽 가시 독성이 제일 강한데 그 모양이 길고 날카로워 청자고둥 독침 못지않은 관통력을 자랑한다. 어두운 곳에선 보호색을 띠는 데다 사방으로 뻗은 갈기와 촉수가 펄럭이기 때문에 해초로 착각하기 쉽고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절대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간혹 낚싯대에 걸려 올라오는데 바늘에 낀 고기를 다룰 때도 조심해야 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어류생태팀 김가희 아쿠아리스트는 “죽어서도 가시에 독이 남아있을 수 있어 잡자마자 바로 물에 넣어야 한다”며 “전문가도 찔리지 않으려고 물과 함께 운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쏠베감펭에게 찔리면 어지러움과 설사, 구토, 발열 등을 동반하는데 찔린 부위를 즉시 뜨거운 물에 담그되 계속 아프다면 진통제를 처방받는 게 좋다.
이 밖에도 ‘노무라입깃해파리’ 등 해파리 출몰이 잦아져 지난달 해양수산부가 전남과 경남, 제주에 관련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들 바다 생물들은 신비로운 생김새에 혹해 잘못 만졌다간 심한 경우 ‘쇼크사’에 이르기까지 할 정도로 강력한 독성이 숨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래사장을 걸을 때는 꼭 신발을 신고, 낯선 생물체는 섣불리 건드리지 않는 게 현명하다.
강영준 교수는 “해파리가 자주 나오는 해수욕장은 새벽마다 해경이 수거하는 만큼 개장 시간에만 물놀이하는 게 안전하다”며 “발견 시 안전요원에게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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