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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변화되는 치킨과 맥주의 세계 [명욱의 술 트렌드]

입력 : 2021-07-05 09:00:00 수정 : 2021-07-06 00: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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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루에서 제공된 토종닭 요리 4종과 크래프트 맥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제공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닭 요리를 말한다면 치킨을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인 3명 중 2명이 월 2회 이상 치킨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치킨은 한국인에게 절대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늘 함께 즐기는 것이 바로 맥주. 맥주 역시 전체 주류 소비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다. 그렇다 보니 이 둘의 궁합이 잘 맞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특히 뜨끈한 육즙이 가득한 치킨과 청량감 좋은 생맥주 한 잔은 지친 일상을 잊게 해 줄 만한 매력적인 궁합임에 틀림이 없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이다. 맥주는 수입 맥주 시장을 넘어 이제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으로, 치킨은 기존의 육계 시장에서 우리의 옛 닭을 복원하는 토종닭 시장으로 확장 중이다. 싸고 많이 먹는 시장에서, 다양성을 가지고 고객에게 옵션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치킨은 우리 전통 닭과는 무관하다. 브로일러라고 불리는 일반 육계는 빨리 성장하며, 보통 부화 후 4주면 출하가 된다. 하지만 우리 토종닭은 부화 후 보통 12주에서 15주 정도 3~4배 이상의 생육 기간을 거쳐 성장하며, 일반 육계보다 다리가 길고 육향이 진하며 쫀득한 식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치맥(치킨+맥주)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협업한 기관이 있다. 가평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카브루’와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소장 문정훈)이다. 카브루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1세대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으로 경복궁, 남산, 구미호 등 한국의 명소와 문화를 알리는데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홍콩, 싱가포르, 괌, 영국까지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은 한국의 농업이 최고의 부가가치를 일궈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지원하는 연구소다. 우리 농산물의 다양성과 그 가치, 농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카브루와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은 오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카브루 직영 플래그쉽 스토어인 ‘카브루 부르펍’에서 ‘구미호 맥주&토종닭 페스티벌(FESTIVAL)’을 진행 중이다. 갓 뽑아낸 크래프트 맥주 10여 종과 최상급 한협 토종닭의 만남이다. 페스티벌에서는 4종류의 요리를 선보인다.

왼쪽 위부터 토종닭 튀김, 토종닭 가슴살 스테이크, 토종닭 카레 전골, 토종닭 블랑켓.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제공

첫 번째 나온 메뉴는 바로 ‘토종닭 튀김’. 그것도 맥주로 반죽했다. 쫀득한 육질과 부드럽게 매콤한 향, 그리고 입속에 넣었을 때 폭신하게 느껴지는 질감이 특징이다. 이 폭신하게 느껴지는 질감이 궁금했는데 바로 토종닭만이 가지고 있는 콜라겐. 그것을 그대로 살리다 보니 겉은 바삭, 속은 폭신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당연히 페어링된 맥주는 반죽의 원료였던 필스너. 특유의 부드러움과 청량감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두 번째는 ‘토종닭 가슴살 스테이크’와 드라이 세종(Saison) 맥주. 세종(Saison) 맥주는 벨기에의 막걸리와 같은 맥주로 전통주에 비유하면 잘 익은 누룩향과 파인애플, 풋사과 등 복합적인 맛이 담백한 토종닭 스테이크의 멋진 허브가 됐다.

 

세 번째 요리는 ‘토종닭 다리를 올린 카레 전골’. 토종닭 특유의 롱다리에 다양한 야채를 구워 카레소스에 토핑처럼 올라간 스타일이다. 음식과 술의 궁합에서는 주로 강대강, 약대 약으로 가는 경향이 많은데, 카레의 진한 맛을 잡아 줄 살짝 쌉쌀한 맛이 느껴지는 오디너리 비터 맥주가 제공됐다.

 

마지막은 카브루의 벨지안 화이트 맥주를 넣어 만든 ‘토종닭 블랑켓’. 쫄깃한 맛의 토종닭은 부드러운 화이트소스가 잘 잡아 준 맛으로, 매칭된 술은 역시 스튜의 원재료인 밀맥주 벨지안 화이트 맥주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토종닭 튀김과 필스너. 치킨과 맥주라는 적응된 페어링이지만, 새로운 맛이 느껴진 색다른 경험이었다. 카브루의 김효선 과장은 “맥주에 치킨이라는 궁합도 좋지만, 보다 세분되고 섬세한 요리와 다양한 맥주와의 궁합이 필요하다고 판단, 토종닭 요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문정훈 교수는 “일반 육계가 나쁘고 우리 토종닭이 좋다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닌, 품종의 다양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토종닭을 지켜가고자 이러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맥주는 다양한 음식과 매칭을 해 왔다. 1970년대의 골뱅이, 1980년대는 마른안주와 노가리 등이 대세였다. 1990년대는 소시지 야채 볶음과 과일 안주, 2000년대 이후에는 지금의 치킨이 주류가 된다. 2020년에는 또 어떤 음식이 맥주와 잘 어울릴까. 어쩌면 우리의 토종닭이 맥주의 대세 안주가 될 수 있을까. 그 힌트는 아마도 이번 행사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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