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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한류 콘텐츠는 한국적이면서도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것” [책에서 만난 문장]

입력 : 2021-07-05 07:30:00 수정 : 2021-07-04 18: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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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류 콘텐츠의 특성은 그것이 한국의 것이면서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혼종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 자체가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들이 수입되고 결합하고 뒤섞이며 진행된 혼종화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한국 대중문화의 창조 역량은 그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자본의 패권과 시장 논리가 문화적 다양성을 억압하면서 다시 시장을 획일화하는 위험이 가시화하고 있다.”

 

―김창남, 2021, [한국 대중문화사], 파주: 한울아카데미, 401-402쪽.

 

(사)더불어숲 이사장이자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인 김창남은 신간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사를 개괄한 뒤 BTS와 봉준호의 사례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류 콘텐츠는 한국의 것이면서도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혼종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같이 분석합니다.

 

그러니까,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을 통해, 해방 후에는 미국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가 들어와서 기존 토착문화가 뒤섞였고, 군사독재 시절에는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지배문화와 저항하는 문화가 혼합됐으며, 민주화 이후에는 그 범위와 강도가 무제한적으로 확장했다는 것이죠. 공감이 가는 분석이지요.

 

책으로 한번 들어가볼까요. 저자는 영화나 대중음악, TV, 대중소설 등 하위 장르의 문화사를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합해 놓는다고 전체 대중문화사가 구성될 수 있을까라고 묻고서 “산술적으로 합한 것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답합니다. 왜냐하면 대중문화사에는 개별 장르의 텍스트와 작가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산업과 시장의 문제, 제도와 정책, 이데올로기적 지배와 저항, 기술과 매체 등의 문제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이에 따라 책에서 시대별로 각 장르의 역사를 병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르를 가로지르며 시대를 특징짓는 주요 주제들을 제시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한국 대중문화사를 정리해 냅니다. 즉 근현대사의 큰 흐름 속에서 대중문화사를 읽어내지요.

 

조금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서구의 근대적 신문물이 도입되는 개화기, 일제 강점기, 해방 후부터 1950년대, 군사독재와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1960년대, 박정희정권의 모순이 극에 달하는 1970년대, 사회 갈등이 폭발하던 1980년대, 민주화 흐름이 가시화한 1990년대, 정보화와 세계화 물결이 몰아친 2010년대 순으로 대중문화의 큰 흐름과 특징을 살펴보지요. 아마 책을 한참 읽다보면 맞아, 그때 그랬지, 하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창남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국 문화의 특성이랄까, 이를 좀더 확장하면 한국 정신의 핵심이랄까 하는 건 혹시 비빔밥 같은 어떤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게 아닐까 떠올렸습니다. 비빔밥이란 각각의 요소가 다 살아 있으면서도 다양하게 합쳐지고 종합돼 새로운 맛과 영양을 제공하는 우리의 음식이잖아요. 과도한 비약이거나 일반화인가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2021. 7.5)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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