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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통합 전산망 개통 투명한 인세·유통체계 출판계에 정착시킬 것”

입력 : 2021-06-29 19:50:25 수정 : 2021-06-29 19:50:23
박태해,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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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김수영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임기 3년 소회는
책과 관련된 유일한 공공기관으로서
임기 초 400억대 예산 500억으로 늘려
유통 선진화·독서활동·서점 지원은 과제

임기 절반이 코로나였는데
행사 제한 등 어려움 있었지만 소득도 커
온라인 국제행사 덕에 소형 출판사 참가
비용·효율면서 기존행사에 뒤지지 않아

출판문화의 미래는
문화산업의 근간인 출판 위상 높이고
4차 산업환경 변화에 맞춰 적응 필수
무엇보다 청소년 독서문화 정착 시급

국내 유일 출판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지난 3년간 이끈 김수영 원장은 퇴임을 앞두고도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며 간간히 아쉬움을 드러내는 그에게서 우리나라 출판계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출판이 문화산업의 근간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를 17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김 원장이 짧은 임기 동안 이룬 것은 적지 않다. 2017년 7월 취임 당시 400억원 초반이었던 예산이 올해 500억원대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65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과 달리 처음으로 민주적 방식으로 임명된 김 원장은 출판계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이사회를 한 달에 한 번 여는 등 소통에도 힘썼다. 현장에서 독서문화를 확대하고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정책도 늘렸다. 임기의 절반 이상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로부터 출판계 현안과 그간의 소회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출판사의 인세 지급과 관련해서 논란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당연히 출판계 전체의 문제는 전혀 아니다. 글을 쓰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투명하고도 신뢰성 있는 판매 보고를 원한다. 통합전산망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유통사와 서점들의 합류가 실질적으로 완결되면, 전산망에서 충실한 인세 보고를 작성하고 이를 저자에게 전달하는 체계를 완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통합전산망 출범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9월 초 개통을 앞두고 그에 맞추어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준비는 두 가지 방향이다. 한쪽은 개발 영역으로서 더 나은 시스템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한쪽은 더 많은 유통사와 서점, 출판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전산망을 잘 알리는 작업이다. 도서 유통과 관련해서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서 그간 쉽지 않은 과정을 밟아왔다. 개통 후 좋은 제안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전산망의 운영주체 문제 등 출판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유통 관련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산망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누가 운용할 것인가이다. 우선 상당한 국고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사실 사업 배경과 예산의 성격이 아주 다르다. 또한 출판사뿐 아니라 유통사와 서점, 국립중앙도서관까지 이 전산망에 관여하고 있다. 앞으로 각 도서관과 학교 및 기타 공공기관 등과도 연계가 확장될 것이다. 따라서 전산망은 진흥원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이 시스템 출범 후에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게 될 텐데, 문체부와 진흥원은 이런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효율적 민관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출판계와 정부 간에 갈등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해법은 없나.

“양자 사이에 대단한 갈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하고 있다. 책은 전통적으로 문화 산업의 가장 앞자리에 있었다. 그러니 출판계는 책이 지닌 전통적 권위를 인정해 달라는 생각이 대체로 강하다. 정부는 출판계도 다른 문화산업계와 같이 산업의 자기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한다.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의 견해를 인정하고 조금씩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모두 같다. 모두가 책을 더 많이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3년 임기를 마치는 소회는.

“솔직히 아쉬움이 보람을 압도한다. 진흥원이 우리나라에서 책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인데 예산과 인력 규모 면에서 갈 길이 너무 멀다. 더구나 현재 청사도 임차로 사용하고 있는 정도다. 다행히 올해 청사 마련을 시작할 수 있는 예산이 마련되어 여러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사업 면에서는 서점 지원, 유통 선진화 지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활동 지원, 문화적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등 분야에서 욕심은 많았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진흥원이 더 노력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수영 원장은 17일 인터뷰에서 “출판은 한국 문화산업의 근간”이라며 “9월 출범을 앞둔 통합전산망이 출판계 전반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코로나19 관련해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3년 임기의 절반을 코로나 영향권 아래에서 보냈다. 당연히 진흥원 사업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소득이 없지 않다. 이를테면 각종 콘퍼런스 행사와 해외도서전 참가 및 상담을 웹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기존 행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도서전의 경우 온라인으로 진행하니 예산이 적은 소규모 출판사들도 참여가 가능해지는 등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활동 반경이 크게 줄어들어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

―전산망 이외에 재임 기간 성과를 꼽는다면.

“진흥원 사업은 크게 보면 출판산업 진흥과 독서 진흥이라는 두 분야로 나뉜다. 그런데 그간 독서 진흥 분야의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를 제법 늘려놓았다. 여기에는 진흥원이 인문정신문화진흥 전담기구로 재지정되고 인문 관련 사업들이 크게 확대된 것에도 영향이 있다. 물론 출판산업 진흥 관련 예산도 증액되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하는 책문화센터 건립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도 큰 보람으로 여긴다. 그러나 무엇보다 출판산업 현장과의 소통 채널을 확대한 것이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 이사회를 비한 다양한 형태의 협의체를 이토록 자주 여는 일은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가. 한 권 추천할 수 있나.

“책 추천 질문을 종종 받는데 하는 일 때문에 망설일 때가 많았다. 임기의 끝이 보이니 편하게 이야기하겠다. 최근에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었다. 성과주의에 대한 다채로운 비판이 흥미로웠다. 혹자는 비판은 풍성하지만 대안은 빈약하다고 저자를 타박하는데, 철학책과 요리책은 다르지 않은가. 레시피가 없는 책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미래는.

“출판산업에는 이중적인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책이 문화 전반에 차지하는 위상을 잘 지키는 것. 두 번째는 산업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일이다. 출판계는 전자에 관심이 많고 역할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크다. 정부는 4차 산업 등 혁신에 초점을 두고 변화를 요구하는 쪽이다.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미래를 위해 양쪽의 협조와 생산적 대화를 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큰 고민 중 하나는 학생들 문제다. 어릴적 독서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지금 청소년들은 점점 책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이는 출판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도 연관 있는 문제다. 어린 세대들에게 책에 관련된 경험을 어떻게 늘려줄까를 늘 고민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체부와 교육부, 진흥원 등이 부처를 넘어서 협업해야 한다고 본다. 지식문화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국가 미래의 성패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박태해·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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