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대 동북아시아 하늘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양적 우위를 앞세워 동북아 패권을 장악하려 했던 중국 공군이 스텔스 전투기 생산을 본격화하며 전력 증강을 꾀하면서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 중국은 이를 앞세워 공중전 능력 강화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은 지난 13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진행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7월1일) 행사 리허설에 J-20 스텔스기 5대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아시아 유일의 스텔스 개발국이라는 점을 앞세워 중국의 공군력이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J-20이 불러온 나비효과
J-20은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를 목표로 개발한 5세대 스텔스기다. 서방이나 러시아보다 20년 이상 뒤처진 전투기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자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5세대 스텔스기 기준을 충실히 따랐다는 점이다.
J-20을 개발한 중국 청두(成都)항공기설계연구소 수석 디자이너 양웨이는 지난해 중국의 항공 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J-20은 공중 전투와 제트엔진 개발 등에 있어 미국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일종의 벤치마킹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제트엔진 앞부분의 팬 블레이드가 노출되지 않은 것과 내부무장창을 갖춘 것, 날개와 조종면 및 동체 모서리가 대칭을 이루는 것 등은 미국 F-22와 F-35와 매우 유사하다.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S)를 비롯한 전자장비와 안테나가 모두 동체에 수납되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삼각형인 델타형 주날개 앞에 보조날개인 카나드가 장착된 ‘델타익-카나드’ 방식은 유럽 에어버스의 타이푼 전투기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비행할 때 공기저항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J-20에 장착되는 PL-15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은 미국 공군에 큰 위협이 된다. 사거리가 200㎞에 달하는 PL-15는 지난 2015년 시험발사에 성공, 성능을 입증했다. 첨단 전파방해 차단장치와 고체 연료식 엔진을 탑재한 PL-15의 성능은 미국의 AIM-120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미국은 차세대 미사일인 AIM-260을 개발하고 있으나 실전배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J-20이 만능의 무기는 아니다. 탑재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출력 등에서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의 성능은 불확실하다.
미국 F-35의 레이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J-20 레이더는 현재까지도 목표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형 전투기인 J-20가 이륙해서 비행하는데 필요한 추력을 제공하는 엔진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엔진은 중국이 만든 전투기에서 자주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다. 중국이 냉전 시절부터 비행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왔지만, 엔진 제작은 차원이 다르다.
신뢰성 높은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외에는 없다. 상업용 항공기 개발 강국인 브라질이나 전투기 개발 능력을 갖춘 스웨덴도 엔진은 수입해서 쓴다.

중국은 항공기 엔진 개발에 많은 투자를 기울였지만, 성능 부족으로 J-20 시제기에는 러시아산 AL-31F 엔진을 썼다.
하지만 러시아가 AL-31F 엔진 판매 조건으로 중국에 SU-35 전투기를 더 많이 구매할 것을 요구하자 중국은 자국산 WS-10의 개량형인 WS-10C를 J-20에 탑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WS-10은 F-22보다 큰 J-20에 쓰기에는 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J-20 탑재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WS-15는 개발 완료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중국이 엔진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J-20에 최적화된 엔진이 만들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J-20 개발 경험과 관련 기술은 중국 공군과 항공우주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수출에 적극적인 JF-17은 최근 PL-10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채 비행하는 모습이 SNS에 공개됐다. PL-10은 J-20에 주로 탑재되는 무기다.
PL-10은 2018년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서 선보였던 PL-10E와 같은 계열의 미사일로 보인다.

독일이 개발해 한국의 KF-21 블록1에도 탑재되는 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유사한 성능을 지녔다. 사거리가 20㎞ 이상이며 적 비행기의 모양을 인지할 수 있는 영상 적외선 탐색기를 갖고 있어 적외선 플레어 대응 능력이 높다.
JF-17에 탑재될 최신형 레이더 KLJ-7A는 KLJ-7보다 탐지거리가 70㎞ 늘어나 최대 200㎞ 떨어진 표적도 탐지한다. JF-17이 세계 경전투기 시장에서 한국 FA-50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막바지 개발 단계인 장거리 스텔스 전략 폭격기 H-20은 J-20의 개발 경험이 직접적으로 녹아들 수 있는 기종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H-20은 항공기 자체가 거대한 날개처럼 된 전익기(全翼機)로 꼬리 날개는 보이지 않으며 뒤쪽에 공기 흡입구가 있다.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와 비슷한 외형으로 레이더 반사면적을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비행거리는 8500~1만2000㎞로 추정되는데, 속도보다는 스텔스 성능과 장거리 비행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30년대를 목표로 6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도 추진중이다. 개발 과정에서 J-20의 기술과 경험이 토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텔스기는 우수한 성능을 지녔지만, 제작 및 운영비가 비싸 대량생산이 쉽지 않고 개발 기간도 길다. 기존 4세대 전투기로 전력을 보완해야 한다.
중국은 새로 개발한 J-16으로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중국판 F-15E’로 불리는 J-16은 쌍발 엔진 전투기로 30㎜ 기관포, 공대공 미사일 12기, 대함 미사일 등을 갖추고 있으며, 전자전 장비와 공중급유장치도 장착했다. 특히 지상공격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J-16은 중국 공군이 전쟁 발발 시 공세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대만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됐을 때 중국 공군이 미군의 개입을 저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갈등 한복판에 선 한국은 어찌하나
중국 공군은 지난 15일 대만을 상대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 시위를 펼치면서 대만 동부해안까지 전투훈련 범위를 확대했다. 대만 동북부와 서남부, 동부 해상과 하늘을 장악해 대만을 말굽형으로 포위하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중국 공군의 작전능력 확대에 맞서 미국도 기존 전략을 변경하고, 신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괌에 집중된 미 인도 태평양 공군 전력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는 미 공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은 핵심 기지다. 한반도 유사시 출격했던 B-52H와 B-1B 폭격기도 괌에서 이륙했다.
하지만 중국 공군의 폭격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높아지면서 괌에 배치된 공군 전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부 전력이 팔라우, 미크로네시아 등 괌 인근 도서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첨단 무기 개발도 한창이다. 호주와 미국이 공동 개발중인 무인 전투기 로열 윙맨은 지난 2월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로열 윙맨은 유인 전투기의 통제를 받으며 최전선 정찰 등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 전투기다. 비행거리가 3700㎞에 달하는 로열 윙맨은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자율 비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공격기 XQ-58A는 내부무장창을 갖춘 스텔스 무인공격기다.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장착, 헬파이어 미사일을 쓰는 리퍼 무인기보다 공격력이 강하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을 실시, 기존 지상공격 임무를 대체하면서 F-35 등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제공권 장악을 목표로 각축전이 격화되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공군의 작전반경이 확대되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는 중국 공군기 숫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려면 공군 전력 등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 질적 우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화가 심각한 F-4나 F-5를 제외한 전투기의 성능개량을 서두르고, KF-21 블록1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장착을 포함한 항공무장을 대폭 강화해 2020년대 공중 위협에 맞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전기와 더불어 무인 전투기와 공격기 등을 조기 확보해 공군 전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