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내 캠프코이너 부지로 이전
새 건물 착공까지 2년 정도 소요될 듯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청사 건립 추진”
“공원내 대사관·헬기장 등 위치” 비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 있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용산공원 북측으로 이전한다. 1968년 주한미대사관이 광화문에 들어선 지 50여년 만이다.
서울시는 24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용산구 용산동 1가 일원 주한미대사관(조감도)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이 이전하는 곳은 과거 용산 미군기지 내 캠프코이너 부지 일부로, 전쟁기념관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해당 부지는 2005년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가 체결한 주한 미 대사관 청사 이전에 관한 양해각서와 후속으로 체결된 부지교환 합의서에 따라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당초 미 대사관은 덕수궁터(옛 경기여고 부지)로 이전을 추진했으나 해당 부지가 왕궁터라는 것이 밝혀지며 계획이 수정됐다. 문화재청과 미 정부는 덕수궁터와 캠프코이너 부지를 교환하고 미 대사관의 용산 이전 계획을 추진해왔다.
용산공원 내 위치하게 될 공공기관은 미 대사관이 유일하다. 공원 내에는 미군이 사용하던 헬기장, 방호·출입시설, 드레곤힐 호텔 등이 잔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용산공원이 미군기지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이번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해당부지 용도를 녹지지역에서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고 용적률 200% 이하, 높이 55m 이하, 최고 12층 등 건축물에 관한 계획을 결정했다.

다만, 탁 트인 용산공원 내에 대사관 건물이 들어서는 만큼 시는 광화문에 위치한 미대사관 건물처럼 콘크리트 담장과 철조망 등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투시형 담장과 창살 등을 통해 근처 조경과 이질적이지 않도록 대사관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경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새로운 용산 미대사관 건물 착공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교부가 소유한 기존 광화문청사 부지는 새로운 광화문광장과 연계해 활용할 계획이다. 시는 문화시설이나 박물관 등 공공시설물을 조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공원 내 미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로 활용하려던 약 3만㎡(약 9000평)의 부지는 지난 5월 체결한 한·미 정부 간 부동산 교환 양해각서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기부체납 받는 아세아아파트 일부와 교환됐다.
해당 부지는 숙소 대신 용산공원으로 조성돼 남산부터 한강까지 녹지축 연결로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용산공원의 북쪽 통로가 넓어져 시민들의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지구단위계획 결정으로 40여년간 추진해온 미 대사관 이전의 밑그림이 마련됐다”며 “향후 용산공원과 잘 어우러진 새로운 대사관이 들어서며 한·미 양국 간 우호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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