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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핵심 공급망 구축 나서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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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4 23:22:05 수정 : 2021-06-24 23: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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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부 “공장 해외로 떠나면 혁신도 떠나”
中 제재 보다 제조업 생산 역량 강화 방점

지난 8일 미국 백악관은 반도체, 배터리, 희소금속, 의약품 등 4개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보고서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4개 품목의 공급망 위험과 대책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100일 동안 상무부, 에너지부, 국방부, 보건복지부에서 공동으로 작업한 정책 제안서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와 함께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을 정조준해 추가로 제재하자는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미국 국내 제조 및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공급망의 안정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중국을 제재한다고 미국의 공급망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고, 공급망 깊숙이 중국의 영향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공급망 분리나 제재를 논의하는 것은 역효과만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반도체, 배터리 기업의 미국 투자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있어서 우리 기업에는 시장 확대의 호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공급망 위험의 주요 원인을 미국 제조업의 생산역량 및 혁신역량의 약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 기업이 단기적 재무이익에 집중해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미국 제조업의 생산역량이 위축됐다. 미국 상무부는 제조공장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생산현장에서의 학습기회와 혁신 활동도 해외로 이전돼 미국 제조업의 혁신 역량도 저하됐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유럽연합(EU), 대만, 한국, 중국의 산업지원 정책이 미국과의 경쟁력 격차를 가져왔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공정무역 수준에서 벗어난 광범위한 산업정책을 통해 중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인식하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 생태계 촉진자로서의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 있는 고용량 배터리 시장에서 수요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과감한 연구·개발 지원, 배터리 국내 생산을 위한 세제 혜택 및 투자 유인 제공,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역(逆) 공급망 구축까지 공급망 전체에 걸친 정부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산업정책을 선호하지 않는 미국 정부의 기조에서 보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통령 포럼을 만들어서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 외교에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소재, 배터리 셀, 희토류의 글로벌 생산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중심의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 정부가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수시장의 규모가 작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으므로 정책 수립에서 자유도가 높지 않다. 하지만 공급망 이슈가 주요 외교 정책의 중앙으로 들어온 이상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과 연대해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이 생산거점을 미국, 중국, EU 등으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공장이 해외로 떠나면, 혁신도 같이 떠난다”는 미국 상무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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