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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행위 입증 어려움에… “수의법의학 활용해 사체 부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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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1 11:30:00 수정 : 2021-06-21 11: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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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수사, 사진·영상 증거나 참고인 조사 대다수
2019년 973명 검찰 송치 됐지만 구속된 사례는 0건
미국, 1990년대 후반부터 수의법의학 활용해 수사

#1. 지난 3월 인천 부평구의 한 재개발 지역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긴 몰티즈 1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얼굴만 내밀고 있던 몰티즈는 탈수 증세를 보이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몰티즈는 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됐다. 

 

#2. 같은 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다세대 주택 베란다에서 한 여성이 샴고양이를 매질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한 시간 가량 고양이를 구석에 몰아넣고 때리는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들의 학대 행위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피해 당사자인 동물을 조사해 학대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권 단체를 중심으로 ‘수의법의학’을 활용한 동물 사체 부검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21일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의 ‘동물 학대 대응 시 수의법의학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동물 학대 사건 수사는 사진·영상 증거나 참고인 조사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피해 당사자인 동물을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인적이 드물거나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서 사체가 발견되면 증거 부족으로 학대 여부를 밝히기 쉽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973명이 검찰에 송치됐지만 이들 중 구속된 사례는 없다. 2018년에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분이 내려진 601건 중 정식재판이 청구된 사건은 11건(1.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동물 사체를 적극적으로 부검해 사인을 규명했다면 더욱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학술적·방역 목적 외에 동물 학대나 기타 법적 분쟁 상황에서 동물 부검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가 없는 상황이다. 검역본부 질병진단과나 동물위생시험소, 수의대 병리실험실 등에 의뢰해 부검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질병 감염 여부 위주로 확인할 뿐 사인 규명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의 동물 학대 사범 수사 매뉴얼에도 부검과 관련된 지침이 없고, 일선 경찰들은 가장 큰 증거인 동물 사체를 부검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동물학대범 수사와 처벌을 위해 수의법의학을 활용하고 있다. 동물 사체를 ‘작은 범죄현장’으로 여기며 미세증거까지 수집해 분석한다. 2014년부터는 비영리단체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 과학수사팀을 둬 동물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뉴욕 경찰(NYPD)에 법의학적 평가를 제공한다. 이들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는 검찰과 법원에도 제출된다. 두 기관의 협력 첫해에만 동물학대범 체포와 동물 치료 사례가 2배가량 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수의계와 수사기관, 동물보호단체 간 협업 체계가 구축된다면 동물 학대 사건에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전문 역량을 갖춘 수의법의학 인력을 양성하고 사건 대응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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