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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정책 실패 인정 않는 ‘오기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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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6 23:40:18 수정 : 2021-06-16 23: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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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효과 큰 탈원전·소득주도성장
문 대통령, 자화자찬해 민심 이반
대국민 사과·폐기선언이 해법
링컨·처칠의 위기관리 참고해야

“존경하는 미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내게 있습니다. 만약 작전이 실패한다면 링컨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하십시오.”

미국 남북전쟁이 절정이던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북군의 조지 미드 장군에게 게티즈버그 전투의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보낸 편지 내용이다. 국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실수의 인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링컨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실패의 책임은 자신이 지고 성공의 공은 부하에게 돌리는 리더에게 충성하지 않을 부하가 있을까. 미드는 북군의 승리를 이끌어 남북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킨다. 링컨이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의 모델로 인정받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일화다.

김환기 논설위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그 역시 과오 인정에 주저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A22 전차가 잦은 고장으로 문제가 되자 처칠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총리와 국방장관을 겸직하던 그가 밀어붙여 생산이 결정됐기에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하원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제출되자 처칠은 의사당에 나와 해명을 한다.

“A22 전차는 설계가 끝나자마자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우려대로 결함투성이었습니다. 허겁지겁 만들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 결정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는 실수를 솔직히 인정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변명을 예상했던 의원들은 처칠의 진정성에 감동해 기립박수를 쳤다. 총리 불신임안은 큰 표 차이로 부결됐다. 처칠의 위기 돌파 리더십이 빛나는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떤가. 정책 실패와 실수에 대한 대응방식이 링컨, 처칠과 정반대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의 국민 평가는 진작에 실패로 결론 났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일자리 절벽과 자영업자 폐업 사태, 경기 침체를 낳아 민생난을 가중시켰다.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좌파 학자들조차 낙제점을 매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해 민심난독증 증세를 드러낸다.

정부가 탈원전이란 미명하에 2017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과 2019년 월성 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를 강행한 것은 국가적 자해 행위다.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과도 모순된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없이 저비용으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원은 원전이 독보적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산업을 스스로 파괴하는 게 정상인가.

정부가 최근 소형 원전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계획을 밝히고 미국과 원전 공동 수출에 합의했다. 탈원전과 결이 다른 오락가락 행보다. 문 대통령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의 ‘친원전’ 회귀 바람을 목도하고 탈원전의 무모함을 깨달은 것인지 배경 설명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탈원전 정책은 이제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해외에선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 폐기 선언을 거부한다. 환경·반핵 단체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지지층에 경도된 편협한 리더십 탓에 국가의 에너지 대계는 표류한다. 과학이 아닌 이념에 의해 탈원전이 추진된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무오류의 국가 지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 실패와 실수를 인정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신뢰받는 리더가 될 수 없다. 견강부회의 변명과 오기 정치는 민심 이반을 재촉할 뿐이다. 문 대통령이 역효과만 큰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다. 진정성이 담긴 실책 인정과 사과는 국민 지지와 리더십을 강화시킨다. 국민은 실수한 지도자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지도자를 더 싫어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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