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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늘자 노인학대 19% 급증… 가해자 75%가 자녀·배우자

입력 : 2021-06-16 06:00:00 수정 : 2021-06-15 18: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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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가정내 ‘코로나 그늘’

활동 제약으로 가정 내 체류 늘어
우울장애·스트레스 등 갈등 키워
2020년 노인학대 판정 건수 6259건
전년 5243건보다 1000여건 늘어

정부, 학대 신고 앱 ‘나비새김’ 운영
지역보호기관도 34→37개소 확대

50대 A씨는 같이 사는 70대 어머니를 수시로 때려 다치게 했다. 아들이 술에 취하면 행패가 더 심해지자, 어머니는 A씨가 술을 마신 날이면 집에도 못 들어간 채 밖에서 서성여야 했다. 번 돈은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A씨는 어머니에게 돈 좀 빌려 오라며 험한 말을 일삼았다. A씨는 결국 지난해 노모 학대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노인학대가 전년 대비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갈등과 학대 사례도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노인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공개한 ‘2020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판정 건수는 6259건으로, 전년(5243건)보다 19.4% 증가했다. 전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6071건에서 1만6973건으로 5.6% 늘었는데, 학대로 최종 판정된 사례의 증가폭이 더 컸다.

학대는 가정에서 주로 발생했다. 가정 내 학대가 88%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84.9%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노인요양시설 등 생활시설은 2019년 486건에서 지난해 521건으로 7.2% 증가했다.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 발생은 같은 기간 131건에서 92건으로 감소했는데, 코로나19로 시설 이용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 34.2%, 배우자 31.7%, 딸 8.8% 등 대부분 직계가족이었다. 특히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2016년 20.5%였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 가족이 학대 가해자인 것은 자녀 동거가구(32.9%), 노인부부 가구(32.7%)에서 학대 발생이 많은 것과 연관이 있다.

노인들은 정서적 학대 42.7%, 신체적 학대 40%, 방임 7.8%, 경제적 학대 4.4%, 성적 학대 2.4% 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기도 53건 발생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우울장애, 스트레스 및 가족 갈등 등으로 노인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정 내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갈등이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생활시설의 경우에는 시설 출입제한 등 외부 및 가족으로부터의 격리, 돌봄종사자의 과도한 업무 등으로 노인학대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노인학대 현황을 반영해 노인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피해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노인학대 신고 앱 ‘나비새김(노인지킴이)’ 운영을 시작했다. 나비새김은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노인학대가 발생한 경우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사진과 동영상 등 학대 증거 첨부가 가능하고, 별도 회원가입 절차도 없다. 앱으로 신고하면 학대 발생과 가까운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자동으로 연계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15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5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노인학대 신고 앱 출시를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인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노인학대 가해자와 학대피해 노인 가족 등에 대한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현재 34개소에서 올해 37개소로 확대해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취약노인 가정에 금전 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생활경제지킴이 파견’ 시범사업을 통해 경제적 학대를 예방할 계획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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