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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폐허 속에 모진 삶을 이어간 어머니들. 광주리를 이고 무작정 장터로 향한다. 좌판을 벌이고 외친다. “나물 사세요!” 해거름에는 팔지 못한 나물을 이고 터벅터벅 흙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절망의 세월. 하지만 별처럼 반짝이는 눈빛을 한 아이를 보듬어 보곤 또 새벽 장터로 향한다. ‘나물 파는 어머니’. 수많은 책에 남은 가슴 저린 역사다. ‘아버지의 눈’에 등장하는 부산 산동네 판잣집 감천댁도 그런 어머니다.

지금은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까. 자영업자들이다. 빚을 내 작은 가게라도 열어 가족을 지킨다.

고 노회찬 의원도 그런 애환을 알았던 모양이다. 숨지기 3일 전 이런 말을 했다. “내년(2019년) 최저임금 10.9% 인상에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해 이미 16.4%나 올린 최저임금. 수많은 자영업자는 벼랑에 서 있었다. 그는 미리 자영업자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미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7% 안팎. 우리나라는 20%대 중반을 오간다.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일자리가 없어서다. 일자리가 넘친다면 빚을 내 구멍가게를 열 턱이 있겠는가. 그러기에 십중팔구 영세하다. ‘노회찬식’ 구조조정은 가능할까. 말짱 헛말이다. 왜? 성장을 통해 기업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 그것은 풀 수 없는 숙제가 아니던가. 갈 길은 멀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올린 문재인 정권. 자영업자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성토가 또 터져 나온다. 광주광역시 카페 ‘루덴스’ 주인은 만민토론회에서 “강남이란 구름 위에서 사는 자들이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오손도손 사는 자영업자와 서민 생태계를 순식간에 망가뜨렸다”고 했다. “패션 좌파들이 ‘시급 1만원도 못 주면 장사 접어라’ 소리를 거침없이 한다”면서.

들끓는 분노. 그런 자영업자에게 정치권력이 ‘최저임금 독박’을 씌운 꼴이다. 그 대가는? 빚만 늘었다.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지난해에도 늘어나 803조원을 웃돈다. 1년 새 또 118조6000억원 불었다. ‘망하지 않은’ 자영업자를 덮친 빚 재앙이다. 분노는 언제쯤 사그라들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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