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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고용’ 노·노 갈등에 이사장 단식… 건보 ‘제2 인국공’ 되나

입력 : 2021-06-14 18:59:47 수정 : 2021-06-14 2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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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노조, 직고용 요구 파업
건보공단노조 “공정성 어긋나”
“양대 노조 대화로 파탄 막아야”
김용익 이사장 무기한 농성 돌입
‘묻지마 직고용 반대’ 국민청원
하태경 “文정부 기회박탈” 비판
고객센터 노조 파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강원 원주혁신도시 건보공단 본부 로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이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나선 파업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 기존 직원들이 이들의 직고용에 반대하며 ‘노(勞)-노(勞) 갈등’이 심화하자,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양측이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며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일각에선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것처럼 건보공단 파업이 ‘제2의 인국공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김 이사장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전 강원 원주혁신도시 내 건보공단 본부 로비 층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작은 테이블을 놓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봤다.

 

김 이사장은 “공단의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한다는 파격에 대해 갖은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능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김 이사장이 단식에 나선 것은 콜센터 파업으로 기존 정규직 노조와 콜센터 노조 간 불화가 빚어지고 있어서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과 함께 공단 본부 로비에서 농성 중이고, 이에 공단 직원들이 매우 격앙하고 있다”며 “두 노조가 대화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두 노조가 다음의 결정을 내려주실 때까지 단식하며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객센터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건보공단 노조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해달라”며 “갈등의 악화를 멈추고 대화의 새로운 판을 짜자는 저의 제안에 두 노조가 곧바로 호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10일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콜센터 직원은 약 1600명으로, 건보공단 전체 직원 약 1만6000명의 10% 규모다. 이들은 11개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으며 2년마다 재계약하고 있다. 공단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청소, 시설관리, 경비 등 용역노동자 700여명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다른 공공기관도 콜센터 직원을 직접고용한 만큼 자신들도 직접고용해달라는 것이다.

 

콜센터 노조 측은 지난 2월에도 24일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후 건보공단은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반대하면서 협의회 참여를 거부하면서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건보공단 기존 직원들은 직접고용이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콜센터 직원 파업 이후 한 직원은 ‘공정무시’라며 직접고용반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건보공단 사내 노조가 진행한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75.63%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에 반대한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건보공단 직원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서울교통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국민연금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예로 들며 “이제 건보공단 차례냐”며 “무조건적인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건보공단 콜센터 파업과 관련, 페이스북에 ‘제2의 인국공 사태’라며 “‘과정과 기회의 공정’ 아닌 ‘결과의 공정’만을 중시하는 문재인정부는 2030세대와 부모 모두의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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