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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당 태종이 좋은 사냥용 매를 얻었다. 매와 장난치며 놀던 황제는 위징이 들어오자 얼른 매를 품속에 감췄다. 낌새를 눈치챈 위징은 일부러 보고시간을 질질 끌었다. 위징이 물러간 뒤 태종이 품속에서 매를 꺼냈으나 이미 질식해 죽었다. 간의대부인 위징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황제에게 간언을 올렸다. 그가 최고 권력자에게 ‘노(NO)’라고 외친 것은 300번이 넘었다. 이런 명신이 있었기에 태종은 명군이 될 수 있었다. 훗날 위징이 죽자 태종은 사흘 동안 곡기를 끊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구리거울로써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흥망의 이치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알 수 있다. 위징이 없으니 짐은 거울을 잃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당 태종과 신하의 정치문답을 담은 ‘정관정요’를 탐독했다. 그러나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았다. 그가 탄핵과 불통 정권의 멍에를 안은 근본 원인은 ‘사람의 거울’을 갖지 못한 탓이다. 재임 시절에 그의 면전에서 ‘노’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권력자 앞에 바짝 엎드린 채 ‘예스(YES)’를 남발하는 친박만 있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전임 정부의 실패를 반추하는 ‘역사의 거울’과 잘못을 간언하는 ‘사람의 거울’이 없다. 온갖 추문이 불거져도 권력 내부에서 ‘노’라는 한마디가 들리지 않는다. 달빛 소나타를 읊조리는 문파와 대깨문만 온 나라에 활개 친다. 대통령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돌리고 공직에서 내쫓는다. 자기들의 반칙에 눈을 감으면서 남의 결점에는 몽둥이를 휘두른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태풍을 일으킨 36세 이준석 대표에겐 이런 ‘4류 정치’가 반면교사다. ‘0선’인 그가 낡은 정치를 혁신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역사와 사람의 거울을 통한 자기성찰이다. 이준석의 정치 지진은 그의 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당명과 같은 ‘국민의 힘’에서 나왔다. 집권층의 거짓과 반칙과 불의에 대한 민심의 봉기였다. 지도자가 배라면 국민은 물이다. 강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민심의 강물은 지금도 도도히 흐르고 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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