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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칼럼] 20대는 젠더 수렴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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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3 23:01:16 수정 : 2021-06-13 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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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일·가정 양립 워라밸 중시
성·사랑·결혼관도 젠더 격차 없어
투표성향 ‘젠더 충돌' 분석 의구심
보수화 경향 지표 찾아보기 어려워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투표 성향을 두고 현격한 젠더 격차를 보여주었다는 담론이 퍼져나갔고, 뒤를 이어 친(親)페미니즘 대 반(反)페미니즘 논쟁이 뜨겁게 이어졌다. 한데 20대의 결혼과 일을 주제로 다양한 조사를 해온 연구자 입장에서는 최근의 페미니즘 논쟁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20대야말로 다른 어느 연령층보다 젠더 격차를 넘어 젠더 수렴 양상을 보여주는 코호트이기 때문이다. 설령 젠더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라도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실례를 몇 가지 들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태도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중장년 세대는 ‘일이 가족보다 중요하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가족이 일보다 중요하다’에 동의하는 비율보다 근소하지만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청년 세대는 ‘가족이 일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중장년 세대는 일 가정 양립이 결국은 워킹맘 이슈에 한정된다는 생각이 뚜렷했지만, 청년 세대는 남녀 불문하고 일 가정 양립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나 때는 말이야… 라이프가 워크였고 워크가 라이프였는데, 요즘 신세대가 주장하는 워라밸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기성세대의 우문(愚問)에, ‘라이프의 범주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신세대는 워크를 잘하기 위해 라이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현답(賢答)을 들려주기도 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기업에 입사할 당시는 ‘임원이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갔다고 한다. 물론 손을 든 이들 중 압도적 다수는 남성들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신세대는 어차피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마당에 임원이 되고 싶다는 비현실적 꿈을 꾸지 않는다. 물론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다.

20대 생애주기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젠더에 따른 차이가 예상외로(?) 나타나지 않아, 연구자들이 해석에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새롭다. 20대 생애주기에 영향을 미친 핵심적 사건으로는 남녀 공히 1위 청년실업, 2위 양극화(빈부격차 심화)가 지목되었다. 20대를 지나는 동안 가장 스트레스를 느낀 사건(event)에 대해서도 남녀 불문 취업준비를 1위로 지목했고, 스트레스 점수의 평균도 100점 만점에 남성 68.97점, 여성 68.82점으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인과 이별했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 점수 평균도 남성 55.72점, 여성 57.29점으로 젠더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성 사랑 결혼을 둘러싼 가치관 및 태도에 있어서도 20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보면 젠더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젠더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내왔던 ‘이중 성윤리’도 20대에 이르면 젠더 수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설문조사 당시만 해도 ‘여성은 반드시 혼전순결을 지켜야 하지만 남성의 혼전순결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 가장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단 이 중 성윤리에 대한 동의 여부는 젠더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2017년 조사에서는 ‘배우자의 혼전 순결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문항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여성 82.0%, 남성 77.1%로 나타났다.

남녀 공히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하는 상황에서 20대 여성이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남성의 스트레스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음은 사실이다. 법이나 제도상의 명명백백한 차별은 상당 부분 불식되었지만, 드러나지 않으면서 미묘하게 작동하는 성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 또한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상황에서 20대 내부의 젠더 충돌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현재의 세대 동학을 세심히 관찰해보면 20대 보수화 경향을 지지하는 지표를 찾아보긴 어렵다. 대신 투표 성향에 관한 한, 오히려 민주화 세대의 고립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전망될 뿐.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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