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인 이상직 의원이 지시해서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이다.”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법정에 선 최종구 전 대표와 박성귀 전 재무실장이 이상직(전북 전주을·구속) 의원을 이 사건의 주범으로 나란히 지목했다.
최 전 대표의 변호인은 11일 전주지법에서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변호인은 횡령 혐의와 관련해 “당시 피고인은 (창업주이자 실질적 소유주인) 이상직의 지시를 받아 이행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면서 “향후 양형을 결정하는 데 참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재무실장 측 변호인의 주장도 최 전 대표와 다르지 않았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회사 결재 라인에 있었기 때문에 창업주인 이상직의 지시를 실질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횡령한 돈이 대부분 이상직 개인 자금으로 사용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피고인이 배임 혐의를 받는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역할을 분담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사 운영과 실무 책임을 맡은 이들이 입을 모아 창업주이자 실질적인 오너인 이상직 의원에게 책임으로 돌리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피고인들을 대신한 변호인들의 동일한 주장과 참작 요청 사유를 법정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접한 이 의원은 정면을 묵묵히 주시할 뿐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향후 정식 재판에 부를 증인을 변호인단, 검찰과 조율한 뒤 첫 정식 재판 기일을 다음 달 2일로 정했다.
이 의원은 2015년 말 조카인 이스타항공 자금 담당 팀장(구속)과 함께 540억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주를 딸이 대표이사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약 100억원에 저가 매도해 43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됐다.
또 비슷한 시기 새만금관광개발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372만주(400억원 상당)를 80억원에 헐값 매도하고 2016∼2018년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한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황해 56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계열사 자금 53억6000만원을 빼돌려 친형의 법원 공탁금과 딸이 몰던 포스쉐 리스금,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의원 구속 기소에 앞서 그의 범행에 최 전 대표와 박 전 재무실장 등 6명이 가담했다고 판단하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의 유사성 등을 감안해 사건을 병합,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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