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권순호 HDC 대표이사 “철거공사는 A 업체와의 계약 외에 재하도급을 준 적 없다”

17명 사상자를 낸 ‘광주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재하도급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11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시공사 현장사무소와 철거업체 사무소 등 5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 등 14명에 대한 조사를 벌여 공사 관계자와 철거업체 관계자 등 4명을 입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건물 붕괴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인 일각에서 제기한 재하도급 등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재하도급은 현장 작업자에 대한 관리 소홀 등 사각지대를 야기할 수 있어 불법이다. 하지만 ‘비용 감축’ 등 이유로 업계에선 관행처럼 행해져 왔다.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맺은 철거업체는 A 업체인데,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철거업체인 B업체 소속 4명이 현장에서 작업한 것으로 파악했다. B 업체는 장비까지 동원해 실질적으로 철거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B 업체가 장비를 동원하는 등 실제로 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 금지 규정 위반 여부 및 시공사와 조합, 그리고 철거업체간 계약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할 예정이다.
다만 하루밖에 수사를 못해 두 업체간의 계약 시점 등에 대한 부족한 부분이 있아 추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발생 후 재하도급 논란이 제기되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를 부인했었다.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전날 시청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철거공사는 A 업체와의 계약 외에 재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면서 “법에 위배가 되기도 하고, 재하도급 건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현대산업개발이 ‘재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하도급은 대부분 계약서를 안 쓰고 구두로 일하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발각되기 어렵다.
경찰이 현대산업개발의 재하도급 정황을 포착한 만큼 재하도급이 사고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공사 진행 중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해당 지역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를 포함한 8명이 중상을 입은 채 구조됐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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