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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자체장 상대 ‘주민소환’ 속출

입력 : 2021-06-11 04:00:00 수정 : 2021-06-10 2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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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독선·비위 예방 목적 아닌
지역 내 화장장 건립 추진 반대
GTX 유치 소극적 이유 등 추진
지자체장 압박 수단 변질 비판도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다섯 번째로 김종천 경기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지난 8일 발의되면서 주민소환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의 폐단을 막겠다며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부패한 자치단체장을 유권자가 직접 파면하도록 했으나, 뜻을 달리하는 지자체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에선 주민들이 정책 방향에 반발하면서 잇따라 시장, 군수를 상대로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천시와 가평군에서는 화장장 건립에 반대해 각각 엄태준 시장과 김성기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근 지자체에선 수도권광역철도노선인 GTX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오는 30일 예정돼 있다.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 4000호를 짓겠다는 정부의 8·4 주택공급정책에 대한 주민의 반발이 단초가 됐다. 청구인 서명에선 만 19세 이상 시민의 15%(7877명)가 넘는 8308명이 동의했고, 시 선거관리위원회 공고 직후 김 시장은 직무정지됐다.

앞서 정부·여당은 주택정책에 대한 과천시민의 반발을 고려해 지난 4일 기존 과천지구의 자족용지 등에 4300호를 건설하자는 시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이며 청사유휴부지 개발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시장주민소환추진위는 소환운동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에 김 시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어떤 사유로도 단체장을 소환할 수 있게 규정한 주민소환투표법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 11월에도 보금자리지구 지정 수용 등에 반발해 여인국 당시 시장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으나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주민소환투표는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투표율이 3분의 1 미만이면 개표 없이 곧바로 부결된다.

화장시설 건립과 관련해 이웃 여주시와 갈등을 빚는 이천시에선 엄태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말 신둔면 주민 김모씨가 청구한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되기 위해선 오는 27일까지 19세 이상 주민의 15%(2만7070명)가 동의해야 한다. 현재 이천시 안에선 “지역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의견과 “주거권이 침해당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평군에서도 공동 화장장 반대 대책위가 지난 2일부터 주민소환투표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도 안팎에선 주민소환제의 취지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칫 ‘입맛대로’ 소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단체장의 독선이나 비위가 아닌, 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정책까지 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당 10억원 안팎의 선거비용과 주민소환이 가져오는 여론 분열, 소환 과정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제주지사, 경기 하남·과천시장, 강원 삼척시장, 전남 구례군수에 대한 다섯 차례의 주민소환투표는 모두 투표수 미달로 개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시·군 의회를 통해 견제할 사안까지 주민소환제로 가는 경우도 있다”며 “지방 분권과 견제의 묘미를 살린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천·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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