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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ESG 경영’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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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0 22:44:44 수정 : 2021-06-10 22: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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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환경 보호’ 구체적 목표 수립
협력사와 공급망 관리 로드맵 제시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연일 국내 주요 기업의 ESG 경영 선언이 이어지고, LG·SK·한화·GS 등 대기업에서는 사장급 고위 임원이 ESG 전담조직을 맡아서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직접 ESG위원회를 맡는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는 2030년부터 모든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광풍 속에서 과연 우리 기업은 ESG 준비가 돼 있을까.

ESG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목적 기반’ 공급망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공급망이 조달-제조-물류-유통의 전 과정에서 원가·품질·리드 타임 중심의 이익 창출 역량에 집중했다면, 목적 기반 공급망 경영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기업 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통해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 해소에 이바지하는 ‘높은 목표’를 지향한다. 하지만 목적 기반 공급망 경영의 어려움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공급회사, 유통사, 물류회사, 심지어 고객까지 목적 달성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즉, 협력회사의 탄소 배출량 저감 없이 완제품 조립회사의 탄소중립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목적 기반 공급망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이 공감할 수 있는 기업의 ‘높은 목적’을 정립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독일 최대 화학회사 바스프(BASF)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경제적 성장과 함께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화학을 창출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둘째, 목적 기반 공급망 경영의 세부 목표를 공급망 구성원에게 단계별로 제시하고, 이들이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자원과 기술을 지원하고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애플은 작년에 2030년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탄소 배출을 75% 저감하고, 25%는 재생에너지 생산 및 나무 심기 등을 통해 상쇄해 경쟁 기업보다 20년 앞서 탄소중립(net-zero)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조시설이 없는 애플의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협력회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또한, 대기업이 직접 거래하지 않는 2차, 3차 이상 중소 협력회사의 경우 환경 및 인권 문제 등이 더욱 심각할 수 있으며, 대기업별로 상이한 ESG 목표를 제시하게 되면 협력회사에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 내 다른 회사 및 다양한 NGO 조직과 연대해 ESG 산업 표준을 개발하고, 산업 내 협력회사의 ESG 성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바스프는 바이엘, 헨켈, 솔베이 등 29개 화학기업과 공동으로 ‘지속가능을 위한 연대’를 설립해 협력회사 평가 및 감사 기준을 표준화하고 평가결과를 공유하고 있으며, 협력회사의 성과 향상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목적 기반 공급망 관리’는 공급망 전체에 환경적, 사회적 성과가 안정화돼 가면서 기업의 시장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므로 경제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위해 최고경영자의 신념과 리더십, 이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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