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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속 영아시신' 감형…"살인 아냐" 징역 10년→5년

입력 : 2021-06-10 15:40:16 수정 : 2021-06-10 16: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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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생후 2개월 추정 영아의 친모와 동거인

서울 관악구에서 영아를 사망케 하고 장롱에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와 동거인이 항소심에서 형을 대폭 감형받았다. 항소심은 살인죄를 무죄로 보고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만 유죄 판단해 형을 징역 5년으로 줄였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1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와 김모씨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정씨 등이 미필적인 고의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은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등 혐의는 그대로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질문에 '네"라도 인정한 부분만 가지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게 많아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을 달리했다.

 

이어 "상자 안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크기와 상자 크기를 볼 때 억지로 구겨 넣은 것으로 보이지 않고 여유가 있다고 보인다"며 "정말 소리 지르지 않길 원하면 입 부분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면 밖에 아이를 피고인들이 집 혹은 외부에 두고 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애기 때문에 저녁을 못 먹은 피고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아기를 옷장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장애등급을 받은 사실, 김씨가 양형 조사 과정에서 보인 어눌한 모습, 법정 진술 과정에서 긴 질문에 답변을 못 하는 모습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적극적 학대나 확정적 고의를 갖고 범행한 것이 아니고 본인들이 자랄 때 보살핌을 못 받았지만 아동을 키워보려고 하다가 육체·정신적 피해가 쌓인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인생길에 장애라기보다는 앞으로 잘 살아가는 방향으로 (이 판결이) 영향을 미치기 바란다"며 "생명의 소중함은 깊이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씨 등은 지난해 6월 생후 약 1개월 된 영아를 돌보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보호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사망한 영아를 장롱 속에 방치하고 지난해 7월에는 영아를 그대로 둔 채 이사한 혐의도 받는다.

 

발견 당시 영아의 시신은 장롱 안 종이박스에 들어있었고 부패가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상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피고인들은 부모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생후 1개월에 불과한 어린 자녀를 옷장에 방치해 살해했다"며 "존엄한 생명을 살해한 매우 중한 범죄"라고 살인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이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음식도 제공받지 못한 채 사망했고 그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사망사실을 알고도 장례를 치르지도 않고 사체를 유기했다"며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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