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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근대건축물 보존 ‘나 몰라라’

입력 : 2021-06-10 03:05:00 수정 : 2021-06-10 00: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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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 상징 동양주식회사 등
민간 소유주가 리모델링 추진
옛 대전 부청사 건물은 헐릴 위기
市 “매입 조건 등 감당 어려워”
“사회 환원 장려 기금 조성 필요”
옛 대전부청사 건물(왼쪽 사진)와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대전시가 근대문화유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지역 대표 근대건축물 상당수가 민간 소유라는 이유로 시가 이들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대전시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대표적 경제 수탈기구이자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인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 대전지점(동구 인동)은 최근 민간 소유자에 의해 갤러리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이곳은 1984년 민간에 매각돼 상업시설로 운영돼왔다.

동구 중동에 있는 옛 산업은행(조선식산은행)에는 일반 안경원이 들어서 있다. 안경원 대표는 이곳이 국가등록문화재라는 점을 감안해 2013년 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2층에 안경사박물관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대전 첫 시청사로 쓰인 옛 대전부청사(중구 은행동)도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대전부’는 일본식 표기로 ‘광역시’를 일컫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부청사는 광복 이후 대전시청사로 활용되다가 1996년 삼성화재가 건물을 인수했다. 최근 삼성화재로부터 부청사를 매입한 세종시 소재 한 기업은 향후 건물을 철거한 뒤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의 이 같은 부실 문화재 관리는 부산, 전남 목포, 대구 등 다른 지자체와 대비된다. 동척 부산지점은 2003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변경돼 근현대 부산항 관련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동척 목포지점은 근대역사관 별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목포지점은 1998년 철거 계획이 수립됐지만 근대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의 옛 산업은행 건물은 대구근대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대구도시공사가 2008년 매입해 시에 기부채납했다.

대전시는 민간기업들끼리 이뤄지는 근대건축물 거래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 소유자의 매각 조건을 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시가 매입을 한다고 해도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에만 1년 이상이 소요돼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문화재 건축물은 일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최근 소제동 철도관사의 국비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재 전문가들은 근대건축물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공적 기금 모금 등 여론 환기와 함께 장기 매입계획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는 “시의 근대건축물 보존 의지가 중요하다”며 “근대건축물이 부동산 가치에 매몰되지 않도록 사회적 환원을 장려하는 한편 시에서도 관련 모금 기금 등 다양한 매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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