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소방관이 기도가 막혀 말을 못하는 신고자의 신음 소리를 듣고 구급대를 출동시켜 생명을 구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6시 35분쯤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에선 “끄억, 컥” 하는 남성 A씨의 신음과 구토 소리가 1분여간 이어졌다. 만취한 이들이 구토를 하면서 119로 장난 전화를 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자칫 통화를 종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이창복 2소방장은 상대방이 별다른 말 없이 구토하는 소리만 내는 점을 토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목이 졸릴 경우 기도가 막혀 구토하는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방장은 즉시 신고자의 휴대폰 GPS를 통해 위치를 추적한 뒤 대구 중구의 한 지점으로 119 구급대를 출동시키고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GPS로 파악된 위치는 신고자의 실제 위치와 정확히 일치하진 않기에 현장 주변에서 소방대원과 경찰은 수색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경찰차와 소방 구급차를 보고 달려온 A(23)씨 친구 B씨를 만나 오전 6시 44분쯤 A씨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B씨는 A씨와 연락을 나누던 중,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고 느끼고 걱정이 돼 현장으로 달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대원들은 집 안에서 A씨를 발견하고 응급 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와중에도 마지막 희망을 담아 119에 전화를 건 것으로 추정된다. 손이 닿는 위치에 휴대폰이 있었던 점, 작은 실마리를 놓치지 않은 소방관의 기지가 생명을 구한 것이다.
이창복 소방장은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작은 신호 하나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대구소방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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