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이르면 내달부터 해외 단체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방역 신뢰도가 높은 국가들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을 맺어 백신접종증명서를 소지한 단체 해외여행객의 2주 격리기간 면제를 추진한다. 정부는 싱가포르, 태국, 대만, 괌, 사이판 등 방역신뢰 국가·지역과 트래블 버블 추진 의사를 타진해 왔다. 시행 초기에는 항공편을 양국 국적사 직항편으로 제한하며, 여행객은 출국 전 최소 14일 동안 한국 또는 상대국에 체류해야 한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국면에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고사 위기에 몰린 항공·관광업계의 활로를 뚫어주기 위한 고육책이다.
코로나19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국민의 우울감 확산지수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감염 공포와 사회적 거리두기 스트레스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상 복귀가 빨라지는 건 반길 일이다. 그렇다고 철저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추진해선 곤란하다.
백신 1차 접종률이 18% 수준에 이를 만큼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감염 확산세가 여전한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어제 신규 확진자는 다시 600명선을 넘었다. 트래블 버블이 자칫 감염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겠지만 방역 경계심 해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월 시작된 호주와 뉴질랜드, 대만과 팔라우의 트래블 버블이 감염 확산으로 전면 중단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트래블 버블이 안착하려면 백신접종증명서의 진위 확인을 포함해 입국부터 출국까지 여행객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여행객의 백신 접종 이력을 정부와 여행사가 교차 검증하는 것은 필수다. 여행 가이드 등을 방역전담관리사로 지정하는 방안은 반드시 실행돼야 할 것이다. 단체여행객과 일반인의 접촉 차단과 입국 시 진단검사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칫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이 확산되면 방역망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당국과 여행사의 유기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방역의 빈틈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집단면역 형성이 이뤄질 때까지는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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