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때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최씨는 딸 부정입학 혐의로 징역 3년을, 국정농단 혐의로 징역 18년을 확정받아 청주여자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 여자교도소에 복역 중인 최씨는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5장짜리 편지를 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최씨는 편지에서 “박 대통령께서 구금된 지 4년이 넘었다”며 “육체적 고통이 심한 여성 대통령의 최후의 날들이 비극으로 가지 않도록, 지친 그분이 자택에서라도 지낼 수 있도록 사면해주길 바란다”는 호소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서신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로부터 민원을 넘겨받은 법무부는 지난달 말 최씨에게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 사항이고, 이후 사면 업무에 참고하겠다”는 취지의 민원 처리결과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 관련한 민원이 많아서 통상의 문구대로 회신한 것”이라며 “어떤 방향성을 갖고 검토한 바 없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징역 20년·벌금 180억원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이미 확정된 징역 2년을 더하면 수감 기간은 총 22년이다. 2017년 3월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남은 형기를 다 채울 경우 87세인 2039년에 출소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관련 질문에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취임 4주년 연설 기자회견에서는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불행한 일”이라며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다소 달라진 기류를 보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사법 정의,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을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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