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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용구 사건' 외압이나 윗선 개입 없었다"

입력 : 2021-06-10 07:00:00 수정 : 2021-06-09 15: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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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적절한 처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을 자체 조사한 경찰이 9일 외압이나 경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수사관 A경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경사가 사건 5일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이튿날인 12일 내사종결 처리됐다.

 

A경사는 또 같은 해 12월 말 언론보도 이후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선 뒤에도 영상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을 비롯해 A경사의 상급자였던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형사팀장 등 총 91명을 조사해 사건 처리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살폈으나 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차관과 서초서 관계자 등의 통화내역 8천여건 분석, 휴대전화·사무실 PC 디지털포렌식, 폐쇄회로(CC)TV 확인 등에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만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팀장의 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감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윗선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이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상 보고 대상 사건임에도 서초서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진상조사단은 지적했다.

 

당시 서초서장 등은 상급 기관인 서울청 수사부서에 사건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초동 쪽에 변호사 사건이 너무 많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전 차관 사건은 서초서 생활안전과 직원이 서울청 생활안전계 직원에게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서 생안과 직원은 같은 경찰서 정보과 직원에게도 이 사건을 통보했고, 정보과 직원은 이를 계장에게 보고했다. 다만 계장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서초서 형사과장과 팀장이 고의로 직무를 유기한 혐의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추후 송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시 서초서장은 사건을 묵살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애초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들이 A경사의 부적절한 사건 처리에 대한 지휘·감독이 소홀했던 점 등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연락해 폭행 상황이 담긴 영상 삭제를 요청한 점 등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봐 함께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애초 피해자였던 택시 기사도 요청 이후 영상을 삭제한 정황이 확인돼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하되, 삭제가 이 전 차관의 요청에 따른 행위였던 점 등을 고려해 정상참작 사유를 명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언론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올 1월 서울청에 진상조사단을 설치해 4개월여간 감찰과 수사를 병행한 자체 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이날 사건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이 전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부적절한 처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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